부시 대통령이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영유권 표기를 한국령으로 원상회복시키는 조치를 취한 것은 한미관계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일시적 조치일 뿐이라고 깎아내리면서 미국에 독도를 다시 ‘주권 미지정’으로 되돌릴 것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한국에 오는 만큼 독도가 한국령임을 인정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는 언급이 있기를 기대한다.
부시 대통령은 임기 안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 의회 비준동의를 받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가 한미 FTA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고 보호무역주의에 기운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두 나라 정부가 오래 공들인 한미 FTA는 사장(死藏)되거나 재협상으로 되돌아갈 우려가 있다. 이 밖에도 한미동맹의 발전 방향,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두 정상이 흉금을 털어놓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다.
그런데도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맞추어 내일 90번째 촛불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외국 방문 중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맞닥뜨린 적은 있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대와 마주친 일은 없다. 세계 90여 개국이 먹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반대를 외치며 석 달간이나 시위를 해놓고 다시 부시 대통령 방한에 맞추어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니 세계가 어떻게 볼지 걱정스럽다.
광우병대책회의 사람들은 나라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기 바란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수도 워싱턴에서 미국인들이 대규모 반한(反韓)시위를 벌인다면 우리 국민감정이 어떻겠는가. 이것은 단순한 촛불데모가 아니라 국익(國益)과 나라의 체면이 걸린 일이다. 민감한 국가 현안이 달려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 재를 뿌리는 것은 누구를 위한 짓인가. 오는 외교손님은 정중하게 맞고, 현안은 현안대로 철저히 따지는 성숙한 자세라야만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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