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금강산 억지’ 무얼 위한 발버둥인가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북한이 어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사건을 처음으로 군부 차원에서 거론하면서 “금강산에 체류 중인 불필요한 남측 인원을 추방하겠다”고 역(逆)공세를 취했다. 남북 공동조사를 거부하고 오히려 협박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남측이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으로 분주탕(소란)을 피우고 있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계가 불분명한 군사지역에 무심코 들어간 관광객을 상대로 과잉 대응한 사건이었음을 시인하고 해결방안을 찾으면 될 텐데, 끝까지 어깃장을 놓았다. 참으로 비인도적이고 뻔뻔스럽다.

박 씨 피살사건의 실체는 북의 비협조로 미궁에 빠져 있다. 그런데도 북은 공동조사에는 계속 불응하면서 “알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고 허튼소리를 했다. 북은 사망지점에 대해 처음엔 경계선에서 200m 떨어진 지점이라고 했다가 다시 300m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800m라고 말을 바꿨다. “박 씨가 정지해 있거나 천천히 걷던 중 100m 이내의 거리에서 총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우리 정부 조사단의 모의실험 결과와도 큰 차이가 있지만 오락가락하는 것만 봐도 북이 숨기는 게 많음을 알 수 있다.

사건 발생 20일이 되도록 책임 있는 당국자를 내세우지 않은 북의 대응은 더 비겁하다. 애초 군인이 저지른 사건을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란 정부 대행기관을 통해 해명하더니 오늘에서야 군부가 나섰다. 그것도 ‘인민군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 명의로 ‘위임에 따른 조치’라는 편법을 썼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국방부, 곧 인민무력부가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에는 악담을 퍼부었다. 금강산 관광으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음에도 고마워하는 기색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태도다. 사건 해결을 위한 우리 측의 노력을 ‘반북(反北) 대결 소동’으로 매도하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의 사건 공론화를 ‘구차하게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추태’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남북관계의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결연한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가당찮은 북의 협박에 밀려 금강산 사건을 흐지부지 처리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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