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 말고도 ‘웃기는 촛불’은 더 있다. 남자이면서 여자로 닉네임을 위장하고 여성 전용 웹사이트에 들어가 시위 참가를 선동한 30대 중학교 교직원도 있었다. “전경들이 시민진압 명령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거짓말을 띄운 40대 대학 철학과 강사도 있었다. 이 강사는 “극적인 효과를 위한 허위 작문이 긴급체포까지 될 정도의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런 사람한테서 철학을 배운 학생들이 딱하다.
▷촛불반대시민연대는 순수성이 없는 일부 촛불세력을 ‘촛불좀비(zombie)’라고 이름 붙였다. ‘좀비’는 영화나 대중문화에서 유령을 일컫는 아이콘이다. 악령이 생명을 불어넣어 다시 살아난 유령을 말한다. 이런 좀비에겐 이성도, 죄책감도 없다. 김 씨는 누리꾼들한테서 모금한 돈을 개인 계좌로 불법 이체해 제 주머닛돈처럼 사용한 혐의가 드러난 뒤에도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다 “잘못이 없다”는 글을 수시로 올리며 경찰을 성토하고 있다.
▷촛불좀비는 이념이 아닌 이성과 인간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1900만 원을 모으자면 수많은 촛불의 주머니를 털었을 것이다. 그 돈으로 안마시술소에서 편히 쉰 것이다. 평균적인 도덕 수준도 갖추지 못한 좀비들에게 ‘순진한 촛불들’이 속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웃을 속이고 법의식이 마비된 촛불좀비들에겐 누가 항의의 촛불을 들 것인가.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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