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동근]급구, 불굴의 기업가 정신

  • 입력 2008년 8월 5일 02시 59분


마케팅의 여러 기법 중에 ‘레트로 마케팅’이라는 방식을 활용한 기업의 영업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말로 하자면 복고 마케팅이라고 하겠는데, 사람의 머릿속 혹은 마음속에 남아 있는 과거의 경험이나 추억을 끄집어내 제품 판매나 광고에 이용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면 20, 30년 전에 유행했던 제품을 당시의 포장 그대로 되살려 재발매하는 식이다. 자동차의 경우 폴크스바겐이 1978년에 단종한 딱정벌레차 비틀을 현대적 감각에 맞는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제난국 돌파하려면

이런 현상은 단순히 제품 판매나 광고 같은 영업 현장에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1970, 80년대에 유행했던 가요가 아이돌 스타에 의해 다시 인기를 얻거나 배트맨처럼 오래전에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영화로 재해석되어 새롭게 개봉하는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한국경제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경영자 한 분을 등장시킨 기업 광고를 보게 된다. 이 광고가 관심을 끄는 이유에는 앞서 언급한 레트로 마케팅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고, 최대 호황을 누리는 한국 조선산업의 출발점에 대한 호기심의 측면도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과 관련지어 보면 무엇보다 그분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불굴의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국민의 그리움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지 10년 만에 한국경제는 최대 위기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12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수출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의 경기침체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회생시킬 방법은 불황기에 미래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그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도록 기업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과감하고 추진력 있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업가 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1, 2차 오일쇼크 때는 해외 건설시장에 대한 도전적인 진출로 위기를 이겨냈고, 외환위기 때는 창의적인 벤처기업가가 그 일을 해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다시금 우리 기업의 왕성한 기업가 정신을 기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루었던 예전의 기업가 정신이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와 국민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우리 기업이 다시 뛸 수 있도록 위축된 기업가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규제 철폐로 기 살려야

정부는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규제를 철폐하는 한편, 경영인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여러 제약을 과감하게 풀어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또 국민은 기업과 기업인이 경제 회생을 위해 국내에서, 또 글로벌 시장에서 열심히 뛰도록 기를 살려주고 성원과 애정을 보내주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과거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선배 경영인의 뒤를 잇는 뛰어난 경영인이 아직 많다. 기업가 정신은 광고로만 볼 수 있는 과거 추억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영원히 살아 움직인다.

그들이 선배에게서 물려받아 가슴속에 꺼지지 않은 채 살아 있는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가 기업과 기업인을 믿고 합심하는 것만이 현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