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옥희 사건’ 수사, 의혹 남기지 말라

검찰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구속) 씨의 18대 총선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로비사건과 관련해 어제 안필준 대한노인회장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다. 안 회장은 ‘검찰이 7월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공천 추천과정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와 답변한 적이 있다’고 말했는데, 검찰은 서면조사를 한 적이 없고 대통령민정수석실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 전에 서면질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안 회장이 언론의 조명을 받고 나서야 검찰이 소환 조사를 벌이는 바람에 이 사건 수사가 소극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김옥희 씨는 김종원 씨가 대한노인회의 추천을 받으면 한나라당이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안 회장에게 집요하게 매달린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공천을 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한나라당이다. 김옥희 씨가 한나라당 실력자나 이명박 대통령 측근에게 접근했을 개연성도 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이 사건을 ‘단순 사기사건’ 또는 ‘실패한 로비’라고 단정하지 말고 검찰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수사에 관해 부적절한 코멘트를 하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들릴 소지가 있다.

김옥희 씨가 공천을 받지 못한 김종원 씨에게 돌려주지 않은 5억 원의 용처도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김옥희 씨는 계좌에서 수천만∼1억 원씩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수사의 관건이다.

안 회장은 “김옥희 씨가 ‘MB(이 대통령)와 친하다’고 자랑해 왔고, 대통령 당선 뒤엔 ‘이제 청와대 일은 나에게 맡겨라’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털어놓았다. 대통령 친인척들이 정말로 이렇게 설친다면 어떤 친인척 비리가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검찰은 김옥희 씨의 다른 범죄 가능성도 짚어봐야 한다. 청와대 출입기록 조사도 필요하다.

검찰이 이 사건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밝혀내지 않으면 야당의 요구대로 특별검사 손에 넘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