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실탄’을 써서라도 원화 환율을 낮춰 고(高)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완화해보겠다는 정부의 뜻은 어느 정도 이해된다. 그러나 들어올 달러는 적고 달러 수요는 늘어나는데 언제까지 이런 소모적 개입으로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외환보유액이 7월 말 현재 2475억 달러로 세계 6위권이지만 최근의 경상수지 적자 추세를 감안하면 마음 놓을 만큼 넉넉하지 않다. 수입 및 단기외채 규모, 외국인 투자 행태를 고려할 때 2900억 달러 이상은 돼야 한다는 금융연구원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3월 말 현재 4125억 달러로 작년 말보다 300억 달러 이상 늘었다. 이 중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가 42.8%인 1765억 달러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르면 8월에 순채무국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단기외채에 대해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흘려들어선 안 된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은 성장률을 높이는 쪽으로 경제 운용기조를 잡았다가 안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잦은 정책 혼선으로 시장의 신뢰를 많이 잃었다. 9월 금융위기설이 나도는 것도 현 경제팀에 대한 불신과 연결돼 있다. 정책당국은 이번만은 정합성(整合性) 있는 금융 정책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시장의 불안심리를 씻어내야 한다. 외환시장에 대한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유연한 미세조정)을 통해 환율의 널뛰는 듯한 급변동을 억제하면서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시장의 믿음을 되찾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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