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의 어깨가 더 무거울 것이다. ‘쇠고기 파동’에서 드러났듯이 한미관계를 다루는 일은 쉽지 않다. 동맹 회복을 위해 쇠고기 협상의 타결을 서둘렀지만 대가(代價)는 혹독했다. 일부 세력의 왜곡과 선동 때문이긴 했어도 대미(對美)관계는 항상 신중해야 하고, 국민의 이해부터 구해야 함을 알았을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이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외교안보라인도 문제지만 대통령도 이제는 스스로 자신의 외교역량을 점검해 볼 때가 됐다. 일본에 대해서도 미래를 강조함으로써 먼저 호의를 보였지만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뒤통수만 맞지 않았는가. 경솔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사소한 일 같지만 표정과 제스처까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친밀감의 표시가 지나쳐 국민의 눈에 부자연스럽게 비친다면 곤란하다. 대통령의 과공(過恭)은 국가의 위신과 직결된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되 다른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5월 방중(訪中) 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동맹을 ‘지나간 역사적 산물’이라고 논평한 것은 대미 편중 외교에 대한 유감의 표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마침 이 대통령은 이달과 다음 달 베이징과 서울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잇달아 만난다. 도쿄에선 한중일(韓中日)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한미동맹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한중관계도 우호적이고 생산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음을 내외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금 한국 외교는 심각한 이중적(二重的) 상황에 빠져 있다. 국가의 안위를 위해선 한미동맹을 한층 강화해야 하지만, 다극화의 현실 앞에선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도 잘 지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새롭고 어려운 이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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