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운동권 생활을 마무리하고, 미국이나 유럽에 유학 가서, 그들의 문물을 즐기며 정신적 해방감에 만취된 채 한국에 돌아온다. 그러고는 서구(西歐)에서 배운 철지난 신(新)좌파이론으로 대한민국을 ‘군사정권의 잔재가 뿌리 깊은 나라’ ‘극우 민족주의가 팽배한 나라’ ‘미국의 식민지 나라’로 규정하며 마음껏 재단한다. 이들이 현재 학계와 언론계를 주름잡는 좌파 386세대 지식인 그룹이다.
서태지 신승훈 김건모의 음악을 듣고, ‘쉬리’와 ‘디 워’를 보며 자란 또 다른 세대가 있다. 이들은 외국 팝 차트나 영화제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좋은 음악과 영화만을 골라낸다. 그래서 한국음악과 한국영화의 점유율을 각각 90%와 50%대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들은 대부분 배낭 하나 메고 세계로 떠난 경험이 있고, 어디에서건 한류를 통해 한국문화를 그곳의 젊은이들과 함께 즐긴다. 이제 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정보기술(IT)을 제3세계 국가에 전파하기 위해 자원봉사에 열심이다.
식민지론서 제국주의론으로
이제껏 좌파 386세력들은 자신들의 정신적 지배자인 서구의 시각 그대로 대한민국을 식민지로 규정해왔다. 일본 문화를 개방하고,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대한민국의 문화는 서구에 지배당할 것이라 예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게 작동했다. 대한민국은 경제규모로 세계 10강이며, 일본을 넘어서 미국을 위협하는 인터넷 문화강국이 됐다.
결국 좌파 386세력은 설득력을 잃은 식민지론을 포기했고, 일부는 제국주의론을 꺼내들게 됐다. 한국이 어설프게 제국주의적 무한 팽창을 추구하다가, 결국 중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얘기인데 경제학자 우석훈의 저서 ‘촌놈들의 제국주의론’이 그 중심에 있다. 그의 주장은 진중권을 비롯한 신(新)좌파 386세력에 의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한미 FTA 협상 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열강의 식민지라 비하하더니, 이제 우리나라가 그 강대국들과 전쟁을 할 것이라 예언하는 이들의 천박한 인식의 근간에는 바로 서구의 것이라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대주의가 깃들어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식민지론과 제국주의론,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민족주의는 모두 서구의 담론이다. 이들의 눈에는 한국과 한국인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오직 철지난 서구의 신좌파 서적의 활자에만 의존한다. 그래서 젊은층이 축구국가대표팀을 응원하러 광화문에만 모이면, “극우 파시스트가 나타났다”며 호들갑이다. 이런 그들이 외국산 쇠고기에만 극단적 혐오감을 표출하는 ‘미친 소’ 폭력집회는 왜 그리 예찬하는지, 이것도 불가사의이다.
한국은 이미 일제강점기와 개발시대를 거치며 자의 및 타의로 전 세계에 600만 명의 교포가 나가 있는 국가이다. 또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무려 80%에 이르고 있다. 특별한 세계화 선동 없이도 해외와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서구의 식민지론과 제국주의론을 오가는 냉온탕식 분석으로는 대한민국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냉철하게 동서양을 연구한 일본의 좌파 역사학자 와다 하루키 교수는 일찌감치 바로 이러한 한국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여 한류를 예견했고, 더 나아가 한국이 아시아 평화공동체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새로운 젊은 세대 나서야
신좌파 386세력이 갑자기 중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할 것이라는 ‘촌놈들의 제국주의론’을 꺼내든 이유는 점차 시대 흐름에 밀려나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서구에서 베껴온 낡은 좌파 이론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무조건 식민지로 남아 있어야 한다. 만약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할 것 같으면 “이제 곧 전쟁이 벌어진다”며 여론 선동을 해서라도 선진국 되는 걸 막아내야 자신들의 지위를 보전할 수 있다.
이제 더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서구 사대주의 사상에 잔뜩 물들어 있는 386 좌파들에게 맡겨둘 수 없다. 이념과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상대로 경제와 문화교류의 원대한 꿈을 갖고 있는 새로운 젊은 세대가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변희재 객원논설위원·실크로드CEO포럼 회장
pyein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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