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향한 중국의 외침
2008년 8월 8일의 한여름 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우리는 드디어 눈 뜨고 꾸는 꿈을 보았다. 눈 크게 뜨고 똑똑히 지켜보았다. 하나의 거대한 문명이 어떻게 일어나서 어떤 영광을 누렸고, 또한 어떻게 변화하면서 어떤 상처를 입었고 어떻게 그 상처에서 회복하였는지, 그리고 어떤 꿈을 지니고 있는지를!
세계 204개국에서 모여든 선수 1만5000여 명이 한자리에서 벌이는 17일에 걸친 대잔치의 문을 여는 자리에서 중국이 장구한 역사와 문화를 펼쳐 보인 것은 의미심장한 이벤트였다. 한 시대가 가고 또 한 시대가 오는 동안 사람들의 꿈은 늘 보이지 않는 이상을 향해 움직이고 고동쳤다.
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중국이 마음먹고 온 세상을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온 세상을 향해서 내미는 손짓이 보였다. “그동안 우리 중국인은 이렇게 살아왔노라”라고 자랑하고 고뇌하고 슬퍼하고 자긍하고 자부하는 그 외침이 그 손짓이, 듣는 마음을 불타오르게 했다. 보는 눈을 황홀하게 했다. 육체의 잔치인 올림픽에 정신의 비상한 무게를 부여하듯, 중국은 그들이 겪은 영광과 고난의 역사를 펼쳐 보임으로써 그들이 꾸는 꿈에 막중한 실감을 부여했다.
백주에 눈 뜨고 꾸는 꿈, 그래서 더욱 사무치고 애절한 꿈…. 시대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꿈을 꾸면서 살아간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 인류에게 참된 의미가 있는 꿈은 어떤 것일까.
중국이 지금 올림픽을 화두로 삼아 세계 앞에 내놓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주제는 결국은 우리 인류에 관한 것이다. 작게는 “우리 인류가 지닌 것 중에서 올림픽을 통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올림픽을 넘어서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크게는 “우리 인류는 어디를 향해서 가야 할 것인가”를 묻는다.
개막식 문화공연은 ‘제1부 찬란한 문명’과 ‘제2부 환희의 시대’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것을 ‘찬란한 세계, 환희의 꿈’으로 바꿔 말해도 좋을 듯하다. 개막식답게 중국 국가가 크게 울려 퍼졌다. “일어나라. 노예가 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아! 우리들의 피와 살로 우리들의 새로운 장성(長城)을 쌓자.”
따지고 보면, 제국주의 열강에 짓밟히던 시대의 아픔을 담은 중국 국가의 처절함 역시 인류 역사의 한 부분이다. 이제는 그런 통한과 고통의 시대가 가고 따라서 중국 국가가 지닌 처절함도 어딘가 날이 무디어진 것이 느껴진다. 역시 우리 인류는 그동안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공생공존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중화패권주의 기미… 가슴 서늘
그러나 돌아보면 마음 한쪽이 어쩐지 서늘하다. 중국이 올림픽 개막식에서 굳이 ‘강한성당(强漢盛唐)’,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한나라의 영광과 가장 문화가 만개했던 당나라의 영화를 되짚어 보인 것, 그 안에 혹시 중국인의 마음에 살아나는 패권주의의 보이지 않는 기미가 잠재된 것은 아닌가.
그렇다고 해도, 오늘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 중국인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노래하면서 ‘세계의 화합’을 염원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꾸는 자가 믿지 않으면서 꾸는 꿈도 이루어진다. 꿈은 늘 그렇게 다가와서 우리를 앞으로 이끌어간다. 이제 올림픽을 치르는 중국인이 염원하는 ‘베이징의 꿈’을 또 하나의 도약대로 삼아, 우리 인류는 또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할 것이다.
송우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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