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틀어줘?” 올림픽 재방송 짜증나네!

  • 입력 2008년 8월 12일 00시 21분


‘이게 올림픽이야, 전국체전이야.’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방송3사가 어렵게 합의했던 이른바 순차방송 합의는 결국 한낫 공염불에 불과했다.

이제 올림픽을 시작한지 3일째. 하지만 벌써부터 채널을 돌려도 똑 같은 장면만 계속해서 반복 방송하는 방송3사 중복 편성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 수영 역사상 첫 금메달의 감격을 안겨준 박태환과 올림픽 6연패에 빛나는 여자 양궁의 쾌거도 방송3사의 대책없는 ‘도돌이표 방송’에 짜증으로 변해 버렸다.

방송3사는 7월 올림픽 주요 경기를 순차방송하기로 했다. 하지만 박태환이 400m 수영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10일, 방송3사는 박태환의 생중계에 이어 심야 하이라이트 방송까지 끝없이 반복 방송했다.

양궁 여자단체 결승전도 마찬가지. 10일 하루만 십여 차례 똑 같은 영상을 화면에 내보냈다.

방송3사는 순차 방송합의를 하며 수영, 유도, 양궁, 탁구 등 주요 종목은 따로 규제를 두지 않아 이 같은 파행을 예고했다. 특히 결승전이 아닌 핸드볼과 축구 예선까지 두개 이상 방송사가 중복 중계를 하며 순차방송 합의는 말 그대로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평가다.

시청자 김진영씨는 “금메달이 결정되는 마지막 순간은 이해할 수 있어도 예선전까지 모든 방송사가 왜 똑 같이 중계 방송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TV의 올림픽 특집 프로그램에서 해외 스포츠 스타의 경기 모습을 방송하는 것은 가물에 콩날 정도로 드물다.

실제로 10일 외신에서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절대 놓쳐선 안될 빅 매치로 꼽은 남자 농구 미국 대 중국의 경기도, ‘외계인’ 호나우두가 나선 브라질의 남자 축구 경기도 우리 시청자들은 TV에서 볼 수 없었다.

한국의 빅매치와 겹치기 때문에 이들 경기를 생방송으로 방송하기 어렵다면 녹화나 아니면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방송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려 새벽 3시까지 편성된 방송3사의 올림픽 프로그램에서는 이날 박태환, 여자양궁, 남자 축구의 경기만 계속 반복 방영했다.

이는 엄청난 전파 낭비이자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도 보장하지 않은 편성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10일 KBS 2TV와 함께 축구예선 이탈리아 전을 함께 중계 방송한 MBC의 한 관계자는 “베이징 올림픽 중계를 위해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됐다. 방송사 입장에서 광고수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상황도 순차중계를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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