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공기업 개혁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던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토공과 주공의 통폐합 방침을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에 휘둘리지 않고 확정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미흡하긴 하지만 이번 발표를 계기로 개혁의 동력을 다시 살려 나간다면 공공 부문의 비효율을 제거해 경제의 활력을 높이려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 개혁은 해당 공기업과 노조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관료들의 이해까지 복잡하게 얽혀 고단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개혁을 성공시키겠다는 투지와 저항세력에 반대의 빌미를 주지 않는 정교한 플랜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촛불시위에 질린 탓인지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하는 언행을 반복해 혼선을 자초했다. 공기업 개혁을 주도하는 기관도 청와대에서 소관 부처로 슬그머니 미루었다.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실태를 접할 때마다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2002년부터 2007년 사이에 45개 공공기관이 신설됐고 인력은 7만1000명(38%) 늘었다. 공기업에 들어간 정부 예산이 무려 98조 원 증가하면서 국민의 세금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나 되는 공기업 경영을 바로잡지 못하면 선진국이 되는 꿈은 접어야 할 판이다.
임영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초기에 개혁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에 실패하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개혁의 추진력을 발휘해 국민을 더는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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