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연주 解任의 정당성 입증할 후임 인선을

  • 입력 2008년 8월 12일 03시 01분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에 서명해 정 사장이 물러나게 됐다. 정 전 사장은 법적 투쟁을 선언했으나 그동안 검찰의 소환 요구를 5차례, 감사원의 출석 요구를 4차례나 거부하며 법을 무시한 그가 이제 와서 법을 찾는 모습이 딱해 보인다. 그는 지금이라도 해임 결정을 받아들여 더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KBS 이사회는 사장 유고 시 1개월 안에 다음 사장을 선출하게 돼 있는 정관에 따라 새 사장 선임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내일 연다. KBS가 ‘낙하산 사장’이자 무능 경영자인 정 전 사장이 남긴 폐해를 추스르고 ‘국민의 방송’으로 새 출발 하자면 새 사장 임명은 빠를수록 좋다.

KBS 이사회와 정부는 ‘KBS 정상화’라는 큰 목표 아래 후임 사장을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연주 지키기’에 매달리는 세력들은 ‘현 정부가 정 사장을 해임시킨 뒤 방송을 장악해 정권의 시녀로 만드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판이다. 정연주 해임에 반대한 민주당은 어떤 인물이 다음 사장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KBS 이사회가 만약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 제청할 경우 이들은 ‘그것 봐라. 우리 추측이 맞지 않았느냐’며 대대적인 역공에 나설 태세다.

한나라당은 지난 정권이 노무현 대통령 특보를 지낸 서동구 씨와 노 대통령 측근인 정연주 씨를 KBS 사장에 임명했을 때 이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KBS 이사회가 이번에 과거 이사회와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한다면 ‘노무현 코드’ 대신에 새 정부 코드를 심기 위해 임기가 남은 사장을 중도 하차시켰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송 장악’ 운운하는 야당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새 사장 후보에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배제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먼저 세우지 않으면 현 정부의 인사정책은 회복 불능의 파탄에 빠질 수 있다. KBS를 이념방송의 늪에서 끌어내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KBS 이사회는 그 역할에 맞는 인사를 사장으로 선택해 지난 정권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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