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업의 힘부터 충전해야 한다. 한국 경제를 키우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그나마 높여온 견인차는 바로 크고 작은 기업이었다. 필요 산업을 육성하고 지구의 온 시장을 누비며 한국을 세계 제1의 신흥 공업국가로 각인시킨 주인공은 삼성 현대와 같은 기업 영웅이다. 요즈음 국내 기업의 활기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장차 한국을 짊어질 새로운 유망 기업이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국내 증권 시장에서 수익 성장 안정성이 뛰어난 블루칩 기업은 대개가 30∼40년 전에 생겨난 중화학 분야 기업이다. 저탄소 녹색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선도할 신흥 기업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와 대기업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해소하여 투자하고 개척하는 기업의 힘을 북돋아야 한다.
두 번째는 인재의 힘을 복원하는 일이다. 한국의 최대 자원은 성취 의욕이 강하고 학습 능력이 뛰어난 인재이다. 인재의 힘은 바로 교육의 힘이기도 하다. 지금도 국내 교육열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개발 시대에 소를 팔아 대학을 보낸 ‘우골탑’의 희생은 글로벌 시대에 가족의 생이별도 마다 않는 ‘기러기 아빠’의 헌신으로 이어진다.
녹색성장시대 다양한 인재 필요
문제는 국내 교육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다는 점이다.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획일적 평준화 교육 체계에 머무른 까닭이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90%에 육박하나 그 역할은 낙제 수준이다. 녹색 성장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대학의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 대학에 완전 자율성을 주고 연구 중심 대학, 실용 교육 특화 대학, 지역 특수 대학으로 기능과 역할을 분화해야 한다.
세 번째는 공복(公僕)의 힘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세계를 감동시킨 드라마 한강의 기적을 기획 연출한 것은 나라 발전에 목숨을 건 공복이었다. 세계 경제학자의 눈에 한국 경제 관료는 ‘창조적 엘리트 집단으로서 특정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 목표를 설정하여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가능케 한 주역’이었다.
그랬던 한국 공무원은 지금 부정부패와 안일무사의 대명사로 늘 개혁과 구조조정의 제1순위로 지목받는다. 정부 역할과 기능이 바뀐 시대 변화에 순응하지 못한 결과다. 나라 경제를 주도해야 한다는 개발 시대의 강박감에서 벗어나는 일이 급선무다. 선진 일류 국가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나 근로자가 뛸 때 뒤에서 보살피고 지원하는 새로운 공복의 상을 정립해야 한다.
네 번째는 국민 열정의 힘을 다시 일으키는 일이다. 한국 경제의 기적은 ‘잘살아 보자’라는 분명한 목표하에 온 국민이 마음을 합쳐 신명나게 국민 에너지를 결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쉽게도 한국 경제의 통합 에너지는 실체와 실익도 없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대립으로 분산, 소진되고 있다. 경제 발전을 주도한 산업화 세대와 정치 발전에 앞장 선 민주화 세력이 양분되어 사사건건 서로 반대만을 일삼는다. 소모적인 갈등을 해소하고 경제 에너지를 한데 모으기 위해서는 근현대를 함께 살아온 국내 좌우(左右) 원로의 마지막 충정이 필요하다. 이들이 모여 ‘현자회(賢者會)’를 구성하고 국가 발전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실익없는 보수-진보대결 끝내야
다섯 번째는 긍정의 힘을 마음에 다지는 일이다. 한강의 기적은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있어 가능했다. 중국과 일본의 협공, 고유가 속 경기 침체와 같은 문제 속에서 한국 경제는 절망적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지금 신에게는 전선 12척이 있사오니 죽을힘을 다해 싸운다면 오히려 해볼 만합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 出死力拒戰, 則猶可爲也).”
성웅 이순신의 긍정의 힘이 한국 경제에 무엇보다 필요한 능력이다. 가난과 패배의 시련 속에서도 피나는 훈련으로 유도 수영 역도에서 베이징 올림픽 신화를 이룬 신세대의 쾌거는 향후 60년간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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