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쌈짓돈’ 準조세 부담금

  • 입력 2008년 8월 18일 02시 55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준조세로 불리는 각종 부담금을 대폭 줄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지나 놓고 보면 말짱 허사였다. 2002년에는 개별 법률에 근거를 둔 각종 부담금 신설을 억제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며 부담금관리기본법을 제정했으나 그로부터 5년 뒤 부담금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노무현 정부는 24개 부담금을 폐지해 기업 환경을 개선했다고 생색냈지만 새로 생겨난 부담금이 23개나 됐다. 2003년부터 작년까지 부담금 징수액은 연평균 11.9% 늘었다.

준조세는 조세법정주의를 우회(迂廻)하는 편법으로 국회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예외적으로 최소한만 허용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부담금을 재원(財源)으로 하는 기금 규모가 일반 예산보다 몇 배 큰 부처들이 많다. ‘큰 정부’를 만드는 숨은 공신이 부담금이다.

부담금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운용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관계 부처가 얼마를 거두어 어떻게 사용했고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분명하지 않고, 법에 규정된 운용 목적과 다르게 부처의 쌈짓돈처럼 쓰이는 경우도 많다. 부담금이 남발되는 것은 징수 명분과 관련이 있는 기업에 주로 부과해 거두기 쉽고 조세저항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내는 부담금은 연간 10조 원을 넘고 각종 사회보험료를 포함하면 23조 원으로 법인세 규모와 맞먹는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중소기업일수록 법인세 경감보다 부담금 폐지가 더 낫다고 하소연한다.

소비자를 봉으로 삼는 부담금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백화점 같은 대형건물에 진입하는 자동차에 대해 4000원 정도의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건물주에게 물리는 교통유발부담금과 이중 부과 논란이 있을뿐더러 도로가 아닌 건물 이용자에게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다 보면 공평성의 문제가 생긴다.

한번 부담금이 만들어지면 특정사업 시행을 위한 재원이 자동적으로 확보되기 때문에 자진해 기금을 폐지하려는 부처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각종 부담금의 정비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하기 바란다. 이는 정부 개혁, 규제 완화, 기업 환경 개선을 동시에 이룰 실천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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