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박사는 스크루지 같은 자린고비의 삶을 살았다. 이 더위에 그가 숙소 겸 사무실로 쓰는 아파트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다. 이발소에 가서도 머리만 깎고 면도는 집에 돌아와서 한다. 장롱과 침대를 빼고 모든 가구는 낡은 물건을 자신이 직접 재활용한 것들이다. 못 쓰는 스키는 책꽂이로, 고물 쇠판과 나무는 책상으로, 남이 쓰고 버린 털조끼는 방석으로 바꾸었다. 시장에서 산 1만 원에 네 개짜리 넥타이를 매기도 한다. 그는 평생 통장에 돈을 넣을 줄만 알았지 뺄 줄은 몰랐다. 이렇게 모은 돈 578억 원을 내놓으면서 그는 “내 돈이 아니라 내가 관리한 돈”이라고 말했다.
세계금융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의 조지 소로스는 자선활동에서도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손이다. 그는 “자선활동이란 부유한 사람들만의 의무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기본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돈은 쓰는 게 버는 것보다 더 어렵다”면서 “자선사업가는 반드시 자선의 결과를 염두에 두는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 박사도 기부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대상기관을 물색했다. 그는 기부금을 내기 전에 과학기술인 휴양관, 연구시설, 과학유공자 묘역 조성 같은 용도를 학교 측과 일일이 합의했다. 평생 신조가 ‘대한민국의 과학입국’에 일조하는 것이었던 류 박사는 KAIST를 만나 그 꿈을 이룬 것이다.
그는 “당신의 끼니를 거지에게 나눠준 모친한테서 가장 크게 영향받았다”고 말한다. 어머니의 구휼(救恤)정신이 아들에게로 전해졌듯이, 류 박사의 큰 뜻이 주위로 확산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훨씬 더 밝아질 것이다. 류 박사처럼 꼭 돈이 많아야 기부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일에는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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