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공개되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관한 당정협의는 이날 오전에 열린다. 정부의 청와대 보고는 19일에 이미 끝난 상태인데도 2, 3번의 아이디어 회의를 제외한 실질적인 당정협의가 발표 당일 열리는 것이다.
20일 보도된 정부의 신도시 추가 지정설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실무 협의에서 거론되지 않았고 그동안 당 정책위가 부정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정책 무기력증은 법안 발의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한나라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발표한 64개 법안 중 당론으로 추진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북한 주민의 인도적 지원 및 인권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당론 채택 과정을 거쳐 발의했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당의 통일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제2정책조정위원장이 된 그는 비슷한 내용의 ‘북한인권증진법안’을 개인의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했다.
야당 시절엔 북한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당론으로 추진했지만 여당이 된 만큼 좀 더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게 황 의원 측 설명이다.
김성회 제2정조부위원장은 군 복무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역시 개인 자격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책위의 자료에는 이 법안이 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법안으로 분류돼 있다. 이는 여성단체들의 반대를 고려해 당론 대신 개인 입법으로 처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제6정조위원회의 나경원 위원장과 권영진 부위원장이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것도 혼란을 준 사례다.
이런 사례들은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여당이 취해야 할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민감한 내용의 법안을 낸 뒤 논란이 일면 당론이 아니라 개인의 의원입법이라고 발뺌한다면 어느 누가 여당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무책임하게 국민을 우롱하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10년 만의 정권교체에 따라 여당으로의 체질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지만 각박한 삶에 찌든 국민에게는 그 기간을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다.
동정민 정치부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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