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의결권 행사’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권한인데도 기금운용본부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와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해 버렸다. 투자수익을 내기 위한 결정이기 때문에 상의가 필요 없다는 것이 기금운용본부의 논리였다.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무리한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6월 말 전체 운용자산(약 230조 원)의 17.5%인 주식투자 비중을 4년 뒤인 2012년 말까지 40%로 올리고, 부동산 및 사회간접자본(SOC), 해외 자원개발 등 대체투자 비중도 2.5%에서 1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연금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도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의 결정사안이다. 기금운용위의 계획안은 주식투자 확대비중이 30% 정도다. 위원회는 시장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외비’로 정하고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 이사장은 기금운용위와 상의도 없이 자신의 ‘포부’를 스스럼없이 발표했다.
문형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위원장은 “사견을 밝히는 것은 상관없지만 이사장 신분으로서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들도 “박 이사장이 개인적 성취를 위해 연금을 사유화하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6월 중순 이사장에 임명된 박 이사장은 한 번도 복지부 장관을 찾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복지부 내에서는 “청와대에서 받쳐주는 ‘실세’ 이사장인데 뭐가 아쉽겠어…”라는 뼈있는 농담이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이사장이 곧 정부로부터 독립하는 기금운용위 산하에 만들어질 기금운용공사 초대사장을 노리고 벌써부터 ‘정지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박 이사장은 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적 사회연금인 국민연금의 기반이 흔들린다면 뒤따를 국민 저항은 이사장 개인이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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