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백성기]우리 젊은이 모두 박태환 될 수 있다

  • 입력 2008년 8월 27일 02시 46분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공항으로 알려진 미국 시카고 공항에서 경험한 일이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인파를 헤집고 바삐 걸어가다가 얼핏 어디에선가 본 듯한 얼굴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상대방도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나를 알아보고, 서로가 헤어진 지 50년 만에 만나는 초등학교 친구였음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얼마 후 미국 중부의 한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그를 찾아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는데 30년 이국생활 속에서도 그만의 특유한 몸짓, 웃음, 소박함 등 어린 시절 그의 내적인 모습은 조금도 변함없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람은 세상 어느 누구와도 구별이 되는 저마다의 독특한 모습과 성격, 재능을 갖고 있다. 교육의 첫째 목적은 이처럼 서로 다른 모습과 성격을 가진 사람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방법을 익히고 실천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공공의 학교 교육 틀을 마련하여 지역별로 비슷한 연령층의 아이들을 모아 적당한 규모의 학급을 만들고 교사의 지도 아래 원만한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기본 소양을 익히고 필요한 법칙을 습득하도록 하고 있다.

차이보다 동질성에 비중 둔 교육

그 다음은 이러한 틀 속에서 학생마다 다른 재능과 능력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방법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두 번째의 교육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상반된 듯한 두 개의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이 균형을 이룰 때 올바른 인격 형성과 사회 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공교육 틀에서 이 두 개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듯하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공공의 선을 추구할 수 있도록 가르치려다 보니 차이를 드러내고 감안하는 교육을 꺼리게 되고, 동질성에 좀 더 큰 비중을 두게 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교육 내용과 행위가 동질화를 추구하는 경향에 빠지기 쉽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문제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목적으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업성취도평가 공개 방안에 관한 갈등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사가 정해진 내용을 가르치고 가르친 내용에 대한 학생의 습득능력을 세밀히 평가한 후 이를 정확하게 공개해 학생들이 자신의 학업성취도와 그 변화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저마다 잠재적 재능과 상대적 능력이 분명하게 파악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교육행위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학생 성적 공개가 교사 서열화와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고 이는 필히 공교육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논리에 우리 사회가 압도당하고 있다. 이는 앞서 말한 첫 번째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 번째 목적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위험천만한 주장이다.

학생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듯 교사 또한 모두 다르며,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교육 수혜자 측에서 보면 더 좋은 학교에서 더 뛰어난 선생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똑같이 더 좋은 교사, 더 좋은 학교가 존재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학생의 성적 공개가 교사와 학교의 서열화로 이어져 공교육을 왜곡시킨다는 우려는 극히 편협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여론에 밀려 학업성취도를 학생에게는 4등급으로, 외부에는 학교별로 3등급으로 공개하자는 정부 방침은 교육의 본질적 행위가 가능하도록 유도해 공교육 정상화를 꾀하기에는 너무 미흡하다. 이 정도로는 다른 학생과 비교해 무엇은 더 잘할 수 있고 무엇은 부족한지, 혹은 이 정도의 노력으로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잠재능력 찾아 발휘할 기회 줘야

학생은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을 충분히 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권리가 있고 교사는 이를 전문적으로 도와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자면 학업성취도 평가와 공개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개인의 숨겨진 재능이 조기에 파악되고 이를 충분히 발현시킬 수 있도록 해주면 18세의 나이에도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금메달을 딸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젊은이 모두가 박태환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적어도 하나씩은 갖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성기 객원논설위원·포스텍 총장 sgbaik@postech.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