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와 경기지역 국회의원, 시장 군수 등이 대거 참석해 중앙정부를 향해 ‘데모’를 벌인 것. 경기 북부 지역은 수십 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국군은 물론 미군이 주둔하면서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를 광범위하게 받았고 경기도라는 이유로 ‘수도권 규제’도 강하게 받은 낙후지역이다.
경기 연천군은 계속 인구가 줄어 4만5000명 선이고 재정자립도는 전국 최하위권이다. 공군 사격장이 확장되는 전북 군산시에는 정부가 3000억 원을 지원한다지만 동양 최대의 사격장이 있는 경기 포천시에 정부가 지원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날 경기지사와 시장 군수들은 낙후된 경기 북부 지역의 규제를 풀고 지원에 나서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수도권 이외 지방에서는 수도권의 규제가 완화되면 지방에 갈 기업이 수도권에 자리 잡는 등 지방 발전에 저해 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최근 김 지사와 이완구 충남지사의 논쟁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본보 26일자 A6면 참조 ▶ 김문수지사-수도권 규제완화 vs 이완구지사-지방 균형발전
경기 북부 주민들은 ‘경기도’라는 이유 때문에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의 규제를 받는다는 피해의식이 강하다. 반면 수도권 이외 주민들은 정부가 수도권 집중화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방 발전 기회를 놓쳤다는 상실감이 크다.
수요가 없는 공항을 짓거나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산업단지를 짓는 등 허울만 좋은 개발이 이어지고 실질적인 발전을 도모할 사업은 좀처럼 지방에서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정치인들의 보여주기 식 지방발전 계획이 오늘의 논란을 불러온 한 원인인 셈이다.
정부가 이번 논란을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대립으로 생각한다면 양쪽을 만족시키는 명답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국방을 위해 낙후를 감수하고 살아온 경기 북부 주민들에게 아무런 보상과 지원 없이 ‘경기도’라는 이유로 규제의 올가미를 씌우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수도권 이외 주민들에게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하라고 내모는 것도 국민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너무 ‘수도권’의 경계에만 집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낙후지역은 어디인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찾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동영 사회부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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