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씨는 군부대 안보 강연에서 장병들에게 북 체제를 찬양하는 CD를 틀어주고 “북한 핵은 자위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강연이 중단되지 않고 50여 차례나 계속됐다. 여간첩이 군 장교들을 유혹해 군사기밀을 빼내고, 장병들에게 북의 선전선동을 그대로 옮기는데도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았으니 이런 군을 믿고 국가안보를 맡길 수 있겠는가. 전쟁과 분단, 그리고 여러 차례의 해외 파병을 통해 힘들게 쌓아올린 강군(强軍)의 명예와 전통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셈이다.
군의 안보의식이 햇볕정책 10년 동안에 무뎌진 탓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방부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햇볕정책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 매년 발간하던 국방백서를 격년 발행으로 바꿨을 뿐 아니라 주적(主敵) 개념마저 삭제해 버렸다. 2002년 제2연평해전 때 목숨을 잃은 해군장병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정부 차원의 공식행사조차 없었다. 이런 판국이니 장병들의 안보의식까지 희미해져 버린 것이 아니겠는가.
국방부는 어제 군 수뇌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앞으로 10여 일간 장병들에게 특별정신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즉흥적 대처로 끝내서는 안 된다. 암약 중인 탈북위장 간첩이 원 씨뿐이 아니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군은 전면적인 보안감사에 착수해야 한다. 군은 국방의 최후 보루임을 명심하고 안보태세에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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