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폐쇄적 R&D 버리고 ‘개방형 혁신’으로 가라

  • 입력 2008년 8월 30일 02시 53분


새기술 개발위해 외부전문가와 적극 교류를

혁신기업 공통점은 시스템 효율화와 우수인재

“많은 기업은 이전까지 비밀 유출을 우려해 폐쇄적 연구개발(R&D)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과감하게 문호를 여는 개방형 혁신을 추진해야 기존 지식과 외부 지식의 ‘스파크’가 일어나 기술이란 ‘침전물’이 생겨납니다.”

연 1조9000억 원의 R&D 예산을 관리하는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의 이계형 원장은 6월 취임 후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첫 인터뷰를 하고 한국 기업의 혁신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개방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기업과 대학 등에서 신청한 연구 과제를 평가해 자금을 지원, 산학연 연계를 촉진하는 게 핵심 업무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DBR와 함께 기술혁신 성공 사례에 대한 공동 연구 및 보급을 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 혁신 역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단기간에 급성장한 한국 기업들은 조립이나 최종 상품화 관련 기술을 집중 육성해 왔습니다. 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이제 옛 관행을 부정해야 합니다. 과거 하드웨어에 기초한 혁신을 해왔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에 무게를 둬야 합니다. 시대 흐름에 맞는 기술을 개발해야 글로벌 무한경쟁 체제에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할까요.

“시장 돌파 가능성과 국제 표준이란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국제 표준과 동떨어지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해외 시장에서 외면당합니다. 또 개발 과제를 선정할 때 기술의 흐름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선인식 전자태그(FRID)가 보편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바코드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행동입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수소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과제들은 기술의 흐름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질적 기술의 융합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정보기술(IT)과 전통 제조업의 결합 등 이질적 기술이 융합하면 지식의 ‘스파크’가 발생해 기술이란 침전물이 생기게 됩니다.”

―기술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혁신적 기업은 내부 효율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고 우수한 인재 확보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기술 개발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관심도 매우 높습니다. 또 네트워킹도 중요합니다. 대학과 연구소, 혹은 다른 업종의 기업과 관계를 갖고 이들의 지식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기밀 유출을 우려해 개방형 혁신을 꺼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추세는 분명 ‘개방형 혁신’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개방을 추구하면 고유의 노하우나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지만, 사안별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이런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저는 한 자동차 부품업체의 연구소를 방문했습니다. 이곳 연구원들은 연구 주제를 잡지 못할 때마다 자동차 전공 교수를 초청해 토론을 통해 새 아이디어를 찾아낸다고 말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은 기술개발 방법론을 제시해 주고, 기술력을 가진 개인이나 기업을 소개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질적 기술의 융합도 이런 개방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외부의 지식이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기술평가 업무의 개선 방향을 말씀해주시죠.

“저희가 평가하는 기술개발 과제 중 지원금 규모가 가장 큰 ‘전략기술 개발사업’이란 게 있습니다. 과거에는 컨소시엄을 먼저 구성해야 자금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컨소시엄 구성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당수 과제에 대해 먼저 기술개발 주체가 경합을 벌인 후 사후 컨소시엄을 구성토록 했습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이 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평가의 생명인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권위 있는 평가자들을 더욱 발굴하겠습니다.”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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