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은 전공의 모집 결과에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2008년도 전기 전공의 모집현황을 보면 피부과 안과는 의대생 중에서도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흉부외과는 76명 모집에 30명이 지원해 정원에도 미달했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어려운 폐 수술은 누가 할지 걱정이다. 폐암 환자만 해도 암 발생 순위로 따져 남성 3위, 여성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매년 늘고 있는 상태다.
의사 수급에 불균형이 심해지면 의사는 의사대로, 환자는 환자대로 고생을 한다. 인기 진료과목 의사들은 그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져서 힘들고, 외과나 산부인과처럼 비인기 진료과목 의사들은 격무에 시달려서 힘들다. 물론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아파도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다. 외과와 같은 필수 진료과목 의사가 줄어들면 동남아 등지에서 ‘수술하는 의사’를 수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병에 걸린 환자도 치료받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 이래서는 의료관광 산업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성형외과나 피부과도 수요가 있기에 늘어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미용(美容)’ 담당 의사만 넘쳐난다면 의료 한국의 미래는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의료 수가 체계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비인기 전공과목에 대한 파격적 인센티브를 통해 이 분야에서도 우수한 의사를 충분히 길러내야 한다. 그러려면 어렵고 힘든 진료를 하는 의사가 경제적 보상과 존경을 받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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