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연찬회에서 “이제부터는 국민이 이해해 주지 않을 것이다”라며 당의 분발을 촉구했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정부 여당을 견제하고 한나라당의 부족함을 확실하게 메우자”고 다짐했다. 여야 대표의 다짐과 약속만 들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한나라당은 “좌파 10년을 바로잡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고, 민주당은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훼손하는 일만은 막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생국회, 정책국회, 선진국회가 아니라 이념국회, 정치국회, 후진국회가 될 조짐도 없지 않다.
지금 나라 안팎의 형편이 매우 어렵다. 경제는 물론이고 북의 핵 불능화 중단 선언으로 6자회담과 남북관계도 출구가 안 보인다. 정기국회를 소모적인 이념공방이나 벌이며 허비할 때가 아닌 것이다. 시급한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법안만 360개에 이른다.
그나마 여야가 기업의 활력 회복과 물가 안정을 위해 감세(減稅)를 들고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열린우리당 때부터 줄곧 감세에 반대해온 민주당도 비록 ‘내년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부가가치세를 현행 10%에서 7%로 낮추기로 했다.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부가가치세 인하의 물가안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정부와 협력해 노조와 경제단체를 찾아다니며 설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제1야당의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다.
여야는 당장 감세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원칙에 공감한다면 진지하게 협의를 못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생긴 신뢰를 바탕으로 18대 첫 정기국회만큼은 국정 전반에 걸쳐 생산적인 정책대결을 벌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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