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완화와 대한민국의 경쟁력에 대한 김 지사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할 생각은 없다. 그가 고집불통이라는 소리는 간혹 들었지만, 언론플레이에 능한 인물이라는 평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의 주장을 모두 대권욕의 산물이거나 2010년 지방선거용으로 치부해버린다면 그건 김 지사가 아니라 정치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보다도 ‘김(金)의 전쟁’-동영상을 보면 그는 전쟁을 치르는 장수처럼 수도권 규제완화를 역설한다-을 보면서 도지사와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의 분(分)’을 생각했다. 특별히 분(分)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역할이 ‘민(民) 즉 하늘(天)’이 준 본분이기 때문이다.
‘동·서·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이라는 법이 있다. 원래는 부산·경남·전남이 공동 추진한 ‘남해안 발전 특별법’이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 나도 뛰어들면서 결국 3개 연안(沿岸), 10개 시도, 73개 시군구를 포괄하는 특별법이 됐다. 난(亂)개발과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비등했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까지 나서 법안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이 ‘포퓰리즘 법안’을 통과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 발동을 시사하자 해당 광역지자체장들과 의원들이 ‘난개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약속하며 대통령을 설득했다. 김태호 경남지사가 막후 역할을 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법률이 태어난 지 불과 3개월 만에 개정(改正)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악법(惡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안의 효율적인 보전과 이용,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1999년 제정된 연안관리법 등이 있는데도 도지사들이 특별법을 추진한 것은 ‘한 방’에 장애물들을 없애려는 욕심 때문이다. 도지사니까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러나 국회의원의 본분은 국정(國政)이지, 도정(道政)이 아니다. 지역구 의원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바다 전체, 국토 전체를 생각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위국(爲國)의 게이트키핑(문지기)’ 임무를 망각하고 지역구 바다만 쳐다본다면 여의도에 있을 자격이 없다. 도의회가 맞는 자리다.
오늘부터 18대 국회 첫 정기회의가 시작된다. 9월 한 달, 의원들은 상임위에서 각종 법안 처리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각별히 ‘동·서·남해안권 발전 특별법’ 제정의 과정을 돌아보며 계(戒)로 삼았으면 한다. 국법(國法)은 있어도 지방법이란 건 없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