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프리 존스]‘진짜 착한기업’ 되고 싶다면

  • 입력 2008년 9월 1일 02시 59분


요즘 기업 하는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화두로 자주 떠오르는 말이 착한 기업(good company)이다. 예전에는 제품을 생산하고 일자리를 제공하여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되면 좋은 기업이었다. 지금은 이윤 추구를 넘어서 책임 있는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의무를 다하며 지역 사회와 공존, 번영하는 기업이 착한 기업이다.

한국에 이런 착한 기업이 많이 늘어나는 모습이 반갑다. 이는 곧 한국 기업,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성숙해 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던 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또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로 재계 리더의 인식과 리더십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해외는 물론이거니와 내가 만난 한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 상당수가 사회공헌활동을 미래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적 미션으로 인식하며, 물질적 기부는 물론 임직원과 함께 참여를 통해 나눔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글로벌 선진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한국 기업의 의지와 무한한 저력을 엿보게 된다.

기업의 이러한 노력을 치하하면서 세계적으로 평가되는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 애쓰는 그들에게 몇 가지를 더 당부하고자 한다.

우선 지속성(sustainability)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일회성에 그친다면 소비자가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좋은 기업 이미지는 소비자의 신뢰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일관된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실천할 때 비로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둘째, 차별화된 시스템과 콘텐츠를 갖추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착한 기업은 양적인 투자는 물론 이를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좋은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인사, 평가제도나 비영리단체와의 파트너십, 기업의 정체성을 살린 차별화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창의적인 기부 콘텐츠를 개발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셋째, 전 임직원이 공감하고 참여하는 기업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나눔 활동은 외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지만 임직원 등 내부 고객의 사기 진작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있다. 따라서 전시성 기부보다는 전 임직원이 나눔의 가치를 함께 체험하고 유지, 발전시키도록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전사적인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의 자발적 기부문화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기업이 아닌 기업가가 개인 차원에서 기부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의 경우도 엄청난 규모의 사유재산을 개인 차원에서 사회에 기부하지 않았는가.

최근에 국내 거액 기부자를 인터뷰한 기사에서 한국은 기부를 주저하게 만드는 사회라는 내용을 읽고 씁쓸했다. 그들의 기부가 금액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투명하고 철저하게 기부 목적에 맞도록 관리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기부를 강요하거나 당연시하거나 기부한 기금을 제 주머닛돈으로 생각하고 함부로 쓰지 않도록 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그럴 때 신뢰가 쌓이고 뜻을 같이하는 기부의 손길이 늘어날 것이다.

자선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목적 아래 착한 기업과 착한 사람에 의해 기부가 보편화되고 정착된다면 한국 사회는 더욱 풍요롭고 보람 있는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 재단 이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