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윤호]경제도 환경도 살리는 녹색성장을

  • 입력 2008년 9월 3일 02시 57분


덴마크는 인구가 500만 명을 조금 넘고 국토 면적은 세계에서 134번째인 작은 나라다. 우리처럼 1970년대 초반 혹독한 오일쇼크를 겪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내용은 덴마크가 시행한 정책 방향이다. 덴마크는 오일쇼크 이후 청정대체에너지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오늘날 덴마크는 전력의 20%를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하는 청정에너지 산업의 세계적 선도국이다. 북해에 접한 덴마크는 바닷바람이 유달리 거센 국토의 특징을 발전에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해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현재 전 세계 풍력발전 터빈의 3분의 1을 덴마크가 생산한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국내에서 녹색성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덴마크를 떠올리게 됐다. 우리의 녹색성장 논의는 한참 늦은 만큼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급하다고 해서 남의 발전전략을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다.

녹색성장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정의된다. 이 개념은 2000년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사를 시발로 유럽에서 태동했고 저개발국의 빈곤 퇴치를 위해 조직된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석유와 가스를 많이 쓰는 제조업 시설이 거의 전무한 개발도상국은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성장전략을 추진해도 비용부담이 크지 않다. 서구 선진국은 이미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단계를 넘어 서비스 중심의 경제를 구현했기 때문에 환경보호 중심의 성장을 추구해도 경제발전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은 어떤가. 경제규모에 비해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 중심의 발전을 추진한 데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제조업이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전 세계가 대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 억제에 공감하는 데다 국제 석유 가스 가격이 과거처럼 낮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어 녹색성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성장전략이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경제발전을 이뤄내면서 환경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한국적 녹색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실정에 맞는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경제적 지속발전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의 확보 없이는 녹색성장은 불가능하다. 기업 부담만 늘려 경제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어서다.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면 새로이 증가한 부가 에너지 효율향상 및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친환경 연료와 제품의 수요가 증가해 환경오염이 감소한다.

녹색성장을 이뤄내는 기반을 조기에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책수단의 채택은 친환경 성장을 위한 기술 확보와 제도 마련에 초점을 둬야 한다. 아울러 기업이 환경요인을 적극 고려하는 환경경영을 실천하도록 채찍과 당근을 결합한 제도적 유인구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녹색성장은 우리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해 달성해야 한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하면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태양광발전의 핵심인 태양전지의 세계시장을 석권할 비전과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고효율 조명기기인 발광다이오드(LED)의 시장 창출과 산업화도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우리 삶의 방식도 녹색성장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작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타는 것이 ‘쿨’하게 인식되고 3, 4층 정도는 기꺼이 계단을 이용하는 녹색생활이 일상에 정착돼야 한다. 녹색성장은 ‘적극적 녹색성장’이어야 한다. 경제성장과 환경보호가 손을 잡고 같이 가는 성장이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덴마크처럼 청정에너지 기술과 제품이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이 되는 날이 결코 꿈이 아닐 것이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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