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件數 아닌 맞춤형 규제 해소라야 투자 살린다

  • 입력 2008년 9월 3일 02시 57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부르짖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업 투자가 되레 위축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설비투자는 2006년(7.8%) 2007년(7.6%)에 비해 현격히 떨어져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외경제 환경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여력이 없지만 민간은 여력이 있다. 6대 기업이 가진 여유만 해도 200조 원은 될 것이다. 투자 증대 없이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는 없다. 올해 20만 개 일자리 창출 목표가 힘겨워 보이는 것도 기본적으로 기업의 투자부진 때문이다.

투자를 방해하는 핵심적인 요인이 행정규제라는 점은 정부도 잘 알고 있다. 특히 이 정부는 인수위 때부터 ‘전봇대 뽑기’로 규제해소 기대감을 높여놓았다. 기업투자를 가로막은 규제의 핵심은 수도권 규제다. 그런데 촛불시위에 놀란 정부는 7월 21일 ‘선(先)지방발전, 후(後)수도권 규제 합리화’로 선회해 기업의 기대를 배반했다.

역대 정부는 기업 투자를 지방으로 돌리기 위해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금지했지만 기업의 상당수는 지방으로 가는 대신에 투자를 포기하거나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2000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3만1002개 기업이 해외로 나갔다. 그중 44%가 중국행을 택했다.

경기도에선 이 기간에 8366개 기업이 탈출하면서 일자리 창출은 2004년 25만 개, 2006년 18만 개, 작년 17만 개로 계속 줄어들었다. 경기 시화단지는 국가산업단지인데도 대기업 입주가 금지돼 있는 형편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따르면 수도권 규제에 묶인 경기도 기업의 투자예정액이 25조 원이다. 청와대는 5대 그룹의 투자 여력이 200조 원이며 그중 상당액이 수도권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전국 균형발전이라는 ‘미신(迷信)’에 사로잡혀 일자리와 성장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역대 정부는 규제완화를 표방하면서 핵심규제는 그냥 두고 곁가지 규제를 건수 위주로 해제하거나 한손으로는 풀고 다른 손으로는 조였다. 경제규제의 비용이 2006년 국내총생산(GDP)의 9.2%인 78조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규제 탓에 가구당 헛돈을 488만 원씩 쓰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기업 눈높이에 맞추는 규제해소에 나서 실질적인 투자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법을 고치지 않고서도 정부가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산업별로도 핵심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손질해야 할 것이다. 질적으로는 수도권규제 하나가 일반규제 100개에 맞먹을 수 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에 집착할 근거가 희박하다. 투자촉진을 하려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정답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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