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깡통 핵시설’ 가지고 위험한 장난 그만 쳐라

  • 입력 2008년 9월 5일 03시 00분


북한이 지난달 26일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원상복구도 고려할 것”이라는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을 내놓은 데 이어 창고 속에 보관 중이던 핵 장비들을 다시 꺼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북이 정말로 영변 핵시설 복구에 착수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제스처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어느 쪽이든 무망하고 위험한 장난일 뿐이다.

영변 핵시설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흑연감속 방식의 플루토늄 원자로이다. 북은 이미 여기서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뽑아낼 만큼 뽑아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전략적 가치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안전성 문제로 핵 사고의 위험까지 있다. 북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플루토늄에서 고농축우라늄(HEU)으로 바꾼 것도 그 때문이다.

북은 이런 시설을 협상 카드로 들고 나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 체결 때처럼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은 10·3 합의에 따라 2단계 조치인 ‘핵 신고’를 마쳤는데도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때와 똑같다. 북은 “냉각탑까지 폭파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거기에 넘어갈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신고에 대한 검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들이 현장을 불시에 방문해 필요한 시료(試料)를 채취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신고 대상 협의과정에서 미국의 양보로 HEU 프로그램까지 빠졌는데 이 정도도 허용하지 않겠다면 핵 폐기 의사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선 결과를 보고 재협상하겠다는 속셈인지 모르나 공화, 민주 중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북핵 불용(不容)’ 방침에는 조금도 차이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북이 2006년 10월처럼 다음 달에 제2차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다고 국제사회가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에 따른 모든 비극적 결과는 북의 책임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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