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정보지 강매에 속병앓는 기업들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대기업 A사는 최근 한 인터넷 매체가 갑자기 보도한 ‘유동성 위기설’로 주가가 폭락하는 곤욕을 겪었습니다. 하루에 그룹 시가총액이 2000억 원 이상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지만 지금도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해프닝’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

A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얼마 전 이 인터넷 매체는 A사에 계좌당 3000만 원에 이르는 자체제작 정보지(일명 ‘지라시’)를 4계좌나 구매해 달라고 요청했다는군요. A사는 고심 끝에 거절했고 문제의 ‘카더라’ 식 기사가 그 직후 나왔다고 합니다.

최근 일부 언론매체가 ‘정보지 장사’에 나서면서 속을 앓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100만∼200만 원짜리도 아니고 계좌당 3000만∼5000만 원이나 되는 데다 기업 규모에 따라 3∼5계좌 구매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대기업 B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 매체에서 “5000만 원에 연간 계약을 하면 1년간 고급 정보지를 제공하겠다”며 2계좌 구매를 요청했다는 겁니다. B사는 이를 거절했고, 이어 악의적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더 서글픈 것은 그동안 자주 문제가 된 사이비 인터넷 매체뿐만 아니라 시장에 영향력이 있고 꽤 알려진 일부 매체까지 정보지 장사에 뛰어들었고 ‘말을 안 듣는 기업’에는 보복성 기사를 내보내는 현실입니다. 한 기업 고위 임원은 “상당한 유력 매체에서 1년에 5000만 원씩 2계좌의 정보지를 살 것을 요구해 정말 놀랐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후환이 두려워 구매한 기업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 근거가 희박한 9월 경제위기설의 한 원인인 기업 자금난 루머에는 일부 언론의 이런 잘못된 행태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가 루머를 단속한다고 했지만 재계에서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큰 피해를 본 한 기업의 홍보 담당 임원은 “언론으로 포장한 일부 매체는 우리 사회와 기업에 너무나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울분을 털어놓더군요. 자칫 우리 경제를 무너뜨리는 ‘구멍’이 될 수 있는 ‘정보지’와 일부 매체의 ‘정보지 강매’에 따른 폐해를 더는 방치할 단계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용우 산업부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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