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일자리 찾기’ 발로 뛴 실버기자단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4분


《기업 인사 담당자를 만나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묻습니다. 경기도 복지 담당 공무원에게는 노인 취업을 위한 정부 지원책을 문의합니다. 뇌중풍에 걸린 할아버지가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는 사실을 알고 인근 복지관에 연결시켜 줍니다. 》

집으로 돌아와 기사를 작성하고 블로그에 올리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이것은 언론사의 취업 담당 기자의 이야기도, 사회복지 담당 기자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올해로 71세인 최병창 할아버지의 최근 하루 일과였습니다.

최 할아버지는 3∼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2008 경기도 노인일자리박람회’ 실버기자 가운데 한 분이었습니다. 경기도가 주최한 노인일자리박람회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행사로 2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500명 이상의 노인을 현장에서 채용했습니다.

이번 박람회의 특징 중 하나는 홍보를 맡은 사람들이 65세 이상의 ‘실버기자’ 8명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박람회가 열리기 2주 전부터 노인을 채용한 기업을 찾아가고 담당 공무원을 만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박람회 기간에는 12면짜리 ‘신문’을 발행해 배포하기도 했지요.

최 할아버지는 ‘취재 활동’으로 하루가 모자랐습니다. 그는 실버기자단뿐만 아니라 ‘부천타임즈’ 시민기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주요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를 운영해 취재 내용을 기록했고 사진과 동영상도 올렸습니다.

최 할아버지는 “별다른 수입 없이 뛰고 있지만 다른 노인들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취재를 하면서 능력 있는 노인이 많지만 그들이 제대로 일할 만한 곳은 매우 적다는 것을 알았다”며 “정부의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또 “노인들도 나이 많다고 대접받으려 하지 말고 배워서 일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흘간 열린 박람회에는 노인 6000여 명이 몰려 청년 실업뿐만 아니라 노년층의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실버기자단처럼 노인 일자리를 위해 발로 뛰는 사람들과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노인들, 그리고 정부의 정책이 조화를 이뤄 즐겁게 일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한우신 산업부 기자 hanw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