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국현 씨, ‘공천 장사’도 ‘클린 정치’라 할 건가

  • 입력 2008년 9월 11일 02시 58분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지난해 대선을 계기로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면서 ‘깨끗한 정치’ ‘부패 청산’의 소명(召命)을 받은 양 행세했다. 그는 “우리가 대한민국 지도층의 부패 청산에 성공하고, 부패한 야당과 무능한 여당을 청산하면 사람 중심의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릴 것”이라며 신선한 정치인의 모습을 연출했다.

‘클린 정치’의 주역을 자처하던 문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구악(舊惡) 정치인 뺨치는 ‘공천 장사’를 했음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공천 헌금을 내고 비례대표 의원이 된 이한정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문 대표가 이 씨 공천에 직접 개입한 내용을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문 대표는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소환에 9차례나 불응했다. 그러면서 그는 “직접 관여되지 않은 일(이한정 씨 공천 건)을 나에게 묻는다면 모른다는 얘기밖에 못 한다”고 국민이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말했다. 그러나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씨는 사전에 문 대표를 만나 “비례대표 2번을 주겠다”는 언질을 받은 뒤 6억 원을 당에 입금했다는 검찰 공소 사실을 인정했다. 이 씨는 공천 과정에서 여러 차례 문 대표를 만나거나 전화로 비례대표 2번과 3번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음도 드러났다. 공천심사 마감일 하루 전인 3월 24일 문 대표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이 씨를 만나 “2번을 주겠으니 나를 도와달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이어 당 재정국장이 이 씨에게 “3번이 5억 원을 냈으니 5억5000만 원을 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나는 은평 지역에서 출마해 후보로 뛰었던 사람”이라며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할 여유가 없었다고 발뺌을 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3월 25일 당 관계자들과 공천 대상자 명단을 최종 조율했다. 그리고 이 씨는 그날까지 이력서를 제외한 다른 구비서류를 당에 내지 않고도 비례대표 2번으로 확정됐다.

이 씨가 구속되자 문 대표는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담화문을 배포했지만 이틀 뒤 “저와 창조한국당은 어떠한 부정과 비리도 저지르지 않았다. 당 채권 발행 및 매입 과정을 ‘불법 공천장사’로 덧칠하지 말라”고 말을 바꾸었다.

문국현 식 ‘클린 정치’의 실체가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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