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 유고’ 대응에 만전 기해야

  • 입력 2008년 9월 11일 02시 58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그제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계기로 그의 건강상태와 북의 장래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인 독재체제인 북에서 김 위원장의 유고(有故)는 북 체제에 가늠하기 어려운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와 동아시아의 질서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은 어제 “뇌중풍(뇌졸중) 또는 뇌일혈로 보이나 특정하기는 어렵다. 수술 후 상태가 호전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진상 파악이 급하다. 아울러 최악의 사태를 상정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유고가 현실이 될 경우 북한의 내부 충격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보다 더 클 것이 확실하다. 당시엔 김 주석 사망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1974년부터 공식 후계자 노릇을 해 권력구조나 체제에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세 아들이 있지만 후계자라고 할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에 권력의 공백과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우려가 그만큼 크다. 유혈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49일간 잠적했고 이번에도 지난달 15일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어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부인한 것을 보면 김 위원장이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올해 66세인 그의 나이와 지금까지 드러난 병력(病歷)만 보더라도 북한 체제의 변화는 머지않은 장래의 일로 보인다. 점진적이냐 급진적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독일 통일이 좋은 예다. 1980년대 말부터 서독은 동독 주민의 대거 탈출로 혼란을 맞았지만 미국 구소련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동서독의 협의체제인 ‘2+4’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뤘다. 북한의 급변사태도 남북한만의 문제로 다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 ‘김정일 이후’의 북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통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역시 안으로 안보태세의 확립과 통일한국의 미래에 대한 국민적 합의 기반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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