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세형]보름달처럼 기대 부푼 입양인들의 ‘귀향’

  • 입력 2008년 9월 11일 02시 58분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있는 입양인 게스트 하우스 ‘뿌리의 집’에선 추석을 앞두고 작은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입양인들은 “이렇게 함께 모여서 파티를 열고 대화를 나누니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추석 분위기가 난다”며 즐거워했다. 김미옥기자 salt@donga.com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있는 입양인 게스트 하우스 ‘뿌리의 집’에선 추석을 앞두고 작은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입양인들은 “이렇게 함께 모여서 파티를 열고 대화를 나누니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추석 분위기가 난다”며 즐거워했다. 김미옥기자 salt@donga.com
9일 오후 7시경 서울 종로구 청운동 ‘뿌리의 집’. 해외 입양인 게스트 하우스인 이곳에서 추석을 앞두고 작은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스위스로 입양됐다 5년 전 한국에 정착한 김대원(42)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 생후 10개월 때 캐나다로 입양된 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게리언 니즐랜드(25·여) 씨 등6명의 입양인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국의 전통문화에서부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까지 대화의 주제는 다양했지만 가장 주된 화제는 단연 가족과 추석이었다.

남편과 함께 온 니즐랜드 씨. 한국의 부모를 찾아보려 했지만 입양기관으로부터 자료가 부족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도 그는 즐겁기만 하다.

“나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됐어요. 훗날 나의 아이들에게 어머니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비록 이번 추석은 한국 가족들과 못 보내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같이 보내고 싶습니다.”

덴마크 가정으로 입양된 크리스티안 피터슨(23) 씨는 덴마크 부모님과 함께 추석을 보내게 됐다고 기뻐했다. 덴마크에 있는 부모님이 오늘 한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대학에서 중국학을 공부하고 있어 부모님을 1년에 한두 번밖에 못 만나는데 이번 추석을 부모님과 한국에서 보낼 수 있게 되다니, 무척 이색적이면서도 설렙니다.”

역시 덴마크 가정에 입양됐던 예스 에릭손(28) 씨는 추석을 이모와 보낼 생각에 들떠 있었다.

“어머니는 제가 입양된 뒤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몇 해 전에 이모를 찾게 됐고 이번 추석에는 이모와 함께 이모부 산소에 가서 성묘도 할 생각인데, 벌써부터 가슴이 찡해지는 것 같아요.”

뿌리의 집 잔디 마당에서의 바비큐 파티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저마다의 사연을 얘기하고 상대방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던 이들은 “뿌리의 집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니 가족과 함께하는 것 같아 진짜 추석 분위기가 난다”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대화가 끝나갈 무렵, 이들은 섭섭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적지 않은 입양인들이 이중 국적 형태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싶어 하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 여권을 들고 한국을 찾아 추석을 만끽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 하루빨리 그들이 진정으로 ‘추석 귀향’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이세형 사회부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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