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월 위기설’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 입력 2008년 9월 12일 02시 44분


금융 외환 증권시장을 뒤흔들었던 ‘9월 위기설’이 싱겁게 소멸됐다. 9, 10일 만기가 된 외국인 보유 국고채 5조6827억 원어치는 전액 상환됐다. 외국인들은 ‘투자액을 회수해 한국을 떠날지 모른다’던 설(說)과는 달리 이틀간 8047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위기설이 한창이던 이달 중 외국인은 오히려 ‘바이(buy) 코리아’에 나서 2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작년 말 처음 흘러나온 금융시장 위기설은 5, 6월 나쁜 경제지표와 악재성(惡材性) 국내외 변수들을 배경으로 힘을 얻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과장됐다”고 거듭 설명했지만 위기설이 사라지지 않아 결국 이달 초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폭락했다. 이 때문에 혼란을 겪고 손해를 본 기업과 투자자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시장 참여자들이 위기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이에 외국인투자가들은 재미를 보았다. 외국인의 조달금리는 떨어지고 국고채 금리는 올라 거래 차익이 7월에 비해 1%포인트 커졌다. 지난주 외국인이 1조2000억 원어치를 샀으니까 한 달 전에 비해 연 단위로 120억 원의 추가수익을 챙긴 셈이다. 그만큼 국내 은행이 손실을 입었다.

위기설 소동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탓도 크다. 정부가 투자부진 고용부진 물가폭등이라는 3중고(苦)에 허덕이면서도 ‘선방(善防)했다’고 자평한 것은 시장이 체감(體感)하는 상황을 모르거나 무시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정확할 뿐 아니라 정직해야 ‘지금은 어렵지만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시장에 줄 수 있다.

정부는 위기설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고채 만기를 분산하는 보완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북한 관련 ‘코리아 리스크’, 중소기업 부실에 따른 위기 우려, 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를 비롯해 현존하는 위험 요인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 또한 잘 관리해야 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의 불씨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실시간으로 해외 요인들의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비(非)이성적인 ‘설’에 국부(國富)를 축내는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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