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임직원들의 인사이트(insight·통찰력)를 기르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설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창조경영의 원천인 통찰력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론 습득과 교육 훈련으로 길러진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우리는 고객의 숨겨진 인사이트를 깊게 이해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것이 시장에서 실패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해 왔다. 》
○ LG전자와 SK텔레콤의 실험
네 번째 모듈에서는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전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 항목을 정의하고 이를 통과해야만 다음 단계가 진행되는 ‘인사이트 게이트’라는 일종의 신제품 개발 방법론에 대한 강의가 이뤄진다.
유현경 LG전자 인사이트마케팅팀 부장은 “그동안 추상적으로 여겨져 왔던 인사이트라는 개념을 파악하고 이를 훈련해 실제 업무에 접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휴먼 센터드 이노베이션(Human Centered Innovation·HCI·인간중심혁신)팀을 중심으로 인사이트를 기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과 올 상반기에 두 차례 교육을 실시했다. 소비자의 결핍을 찾아내고 이를 신상품으로 연결시키는 전 과정을 교육생들이 직접 참가해 체험하도록 한 것. △문제 설정 △발견 △분석 △아이디어화 △발전 등 5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SK텔레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세 번째인 분석 단계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던진 사소한 말 뒤에 전혀 다른 욕구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해석하는 과정이다. 또 수집한 수많은 정보 속에서 의미 있는 유사성을 발견하기 위해 클러스터링(Clustering)이란 기법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분석한다.
강석훈 SK텔레콤 HCI팀장은 “신규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사람들이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찾아내는 방법론을 가르치고 있다”며 “교육생들은 이를 신선해하면서도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데는 아직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 마케팅 성공 사례에서 배우는 통찰력
과거 마케팅 성공 사례에서 성공 포인트를 찾아내고 이를 체계화해서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23일 개강하는 동아인사이트칼리지(www.insightcollege.co.kr) 가을학기에서 ‘브랜드 인사이트(brand insight)’와 ‘통찰적 신상품 개발론’을 강의하게 될 신병철(경영학 박사) 브릿지래보러토리 대표는 110개 마케팅 성공 사례를 7가지 성공 요인으로 분석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렌터카 업계에서 후발 주자였던 미국의 에이비스(Avis)사는 렌터카 시장을 1위 업체인 허츠(Hertz)와 2위인 에이비스로 의도적으로 나눠 단번에 실질적인 2위 업체로 부상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분법적 사고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시장을 둘로 나누는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이 외에 △소비자 욕구를 이전과 다르게 해석한 경우 △약점을 강점으로 반전시킨 사례 △서로 다른 분야의 기능을 결합시켜 소비자 가치를 증대한 경우 등의 7가지 성공 요인은 놀라운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동아인사이트칼리지 가을학기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통찰력 유도 모형인 ‘트리거(Trigger)’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 모형은 인지심리학, 소비자행동론, 마케팅 등 4가지 이론을 재조합해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연상해서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로 연결하도록 도와주는 모델이다. 이 모델은 또 통찰력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인지심리학적인 요인을 제거하도록 도와준다.
한 예로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듯이 사람들은 친숙한 기억체계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한다. 하지만 이 모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갈수록 소비자들의 행동과 니즈가 복잡해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행동경제학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항상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적이고 감정적인 선택을 할 때도 많다는 점에 착안해 발달한 학문 분야다.
동아인사이트칼리지에서 ‘행동경제학과 커스토머(Customer) 인사이트’를 강의할 곽준식(경영학) 동서대 교수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해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소비자 선택을 유도하는 데 행동경제학은 유용한 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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