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출발해 강원 영월군 주천면 섶다리마을 ‘다하누촌(村)’까지 가는 데는 승용차로 2시간 30분가량 걸렸다. 고속도로를 빠져나가서도 구불구불한 2차로 국도를 30분 넘게 달려야 했다.
처음 ‘다하누촌의 성공 스토리’를 전해 듣고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일부러 하루 휴가까지 내고 여기까지 취재하러 온 보람이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커져갔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은 마을에 들어서자 경탄으로 바뀌었다. ‘다하누촌’이라는 간판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깊은 산골 마을에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줄지어 있었고, 식당과 정육점에는 한우고기를 사러 온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본보 12일자 A1면 참조 ▶ 140만명 발길 끌어 모은 600명 산촌의 ‘작은 기적’
‘농촌의 위기’는 어제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농업시장 개방이라는 대세(大勢) 속에서 역대 정권마다 농촌을 살리겠다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농촌 사정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산골 마을 ‘다하누촌’도 비슷한 사정이었다. 기자가 처음 가졌던 의구심만큼 주민들도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처음 한우직거래장터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던 한 기업인은 ‘사기꾼’ 취급까지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육점 1개와 식당 3개로 시작된 ‘다하누촌’은 불과 13개월 만에 140만 명이 찾은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철물점, 중국음식점, 자전거판매점 등이 하나둘씩 간판을 바꿔 달면서 인구 700명 남짓한 이 마을에 다하누촌 간판을 단 식당과 정육점만 48개로 늘었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인구도 늘었다. 주변 지역의 박물관, 펜션, 주유소 등도 덩달아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다하누촌의 성공은 단순히 한우고기 유통 구조를 바꿔 가격을 낮춘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들은 불리한 지리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마케팅으로 고객을 찾아 나섰다. 매월 셋째 주 토·일요일엔 다양한 축제를 열었고, 국내 주요 여행사들과 연계해 다하누촌을 관광 상품화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객관적 여건이 어렵더라도 주민들이 힘과 아이디어를 모으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산골 마을 다하누촌이 걸어온 길은 이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조용우 산업부 woogij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