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벤처 ‘기업가 정신’ 불씨 살리자

  • 입력 2008년 9월 16일 03시 08분


《얼마 전 대전 유성구 KAIST 캠퍼스 내의 신기술 창업관을 찾았습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벤처 투자는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꽁꽁 얼어붙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10여 곳이 넘는 기업 중 최근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본보 12일자 A2면 참조

▶싸늘히 식은 ‘벤처의 꿈’

벤처기업인들은 ‘에인절(천사)’이라고 불리는 투자자들의 도움 대신 자신의 전 재산은 물론 친척이나 지인(知人)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도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좋은 기술들이 하나둘 묻히고 있더군요.

벤처가 성공에 이르는 길이 평탄할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벤처인들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인정해 주지 않는 냉랭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더 힘들어했습니다.

창업 10년째가 돼 간다는 한 벤처기업인은 “예전에는 투자자들이 기업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벤처에 기대를 걸지 않는 것 같다”며 “투자자들도, 기업인들도 벤처에 대해 시큰둥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설사 투자를 받더라도 자칫 사업에 실패하면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로 인해 창업자들은 고스란히 빚쟁이가 된다”며 “기업가 정신에 부담을 주는 여러 환경 탓에 벤처에서 ‘벤처(모험)’가 없어지고,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며 버티는 데 급급한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벤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벤처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훌륭하고 멋진 일’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벤처에 인재들이 모이기는 쉽지 않아 보이더군요. KAIST 출신의 ‘스타 벤처’인 NHN, 네오위즈 등과 같은 기업이 또다시 탄생하기 힘들어지는 것이죠.

KAIST에서 만난 ‘스타 벤처인’ 안철수 석좌교수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이라는 말이 가진 사회적 선망이나 존경을 한국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도 기업가 정신을 존경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벤처에 대한 도전과 성공이 되살아날 것입니다.”

김용석 기자 산업부 nex@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