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사람잡은 고양이

  • 입력 2008년 9월 16일 03시 08분


주유소 직원이 차 밑에 들어간 고양이를 꺼내려다 차에 치여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경기 고양시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일하던 A(사망 당시 62세) 씨는 2006년 7월 주유소 인근에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다.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A 씨는 고양이가 갑자기 주유소 화단 옆에 세워져 있던 유조차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고양이를 꺼내려 차 밑으로 들어간 순간 이 사실을 모르던 유조차 운전사는 차를 출발시켰고, A 씨는 바퀴에 깔려 숨졌다.

A 씨의 부인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고양이를 보살피는 행위는 업무 외의 사적행위”라며 거부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용찬)는 “A 씨의 행위는 주유소 내 차량 진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려 한 것”이라며 A 씨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조차의 신속한 이동을 위해 고양이를 치워야 했기 때문에 이는 업무의 일환”이라며 “A 씨가 고양이를 기르는 것을 주유소 관리자가 사실상 방임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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