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7일자 A10면 참조
결정 직후 현대차는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와 약속한 신차(新車) 판매시기를 연기한 것 자체가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죠.
“창사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야. 아무리 그래도 차는 제때 팔아야지….”, “미국 ‘빅3’꼴 나는 것 아니야….” 등등.
사실 현대차는 이번 파업이 이렇게까지 흘러갈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과거 사례에 비춰 봤을 때 노조원들이 돈 쓸 데가 많은 추석 연휴 전에는 파업을 끝내고 정상조업에 나설 것으로 봤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예상은 무너졌습니다. 노조원들은 추석 연휴 전 타결로 받을 ‘푼돈’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측을 시간적으로 압박해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파업을 선택했지요.
재계에서는 현대차 노사 문제와 관련해 노조는 물론 사측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동안 사측이 노사 문제가 생기면 ‘원칙’보다는 ‘편법’으로 해결하려고 해 노조의 ‘맷집’만 키워줬다는 거죠.
파업을 빨리 끝나게 하기 위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저버리고, 성과금 명목으로 임금을 보전해준 관행이 대표적입니다. 이 때문에 노조원들로서는 파업을 하더라도 나중에 돈을 다 받을 수 있는 만큼 아무런 ‘부담 없이’ 일손을 놓았습니다. 여기에다 파업을 세게 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학습 효과’도 파업 장기화를 부추겼지요.
송진흡 산업부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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