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뿐만 아니라 과거 국회에서도 상임위나 특별위, 청문회 등에서 이런 모습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의원들이 각료 등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모독하는 듯한 발언도 비일비재하다.
어느 장관은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야당의원으로부터 “비겁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특정 현안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지나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증인이나 출석한 장관의 인격을 무시하는 ‘인격모독형’, 논리적인 근거 대신 목소리만 높이는 ‘윽박형’, 질문 대신 자신의 견해만 밝히는 ‘일장연설형’, 자신이 의도한 대로만 몰아가는 ‘양떼몰이형’, 정확한 숫자나 금액을 물은 뒤 모른다고 힐난하는 ‘퀴즈형’ 등 점잖지 못한 질의 행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상임위에서 질문에 답변을 못하거나 안했다가 ‘삼겹살 가격에 이어 택시 기본요금, 연탄 가격도 모르는 경제장관’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물론 의원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하지 않는 답변자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 논리적으로 추궁하지 못하고 소리만 지르는 의원들의 행태는 국회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한 고위 공무원은 “사안의 본질과 상관없는 사소한 문제를 갖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데 나중에는 화병이 나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올해 한 방송사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국정조사 청문회’ 중계는 전체 348개 방송 프로그램 중 시청률 0.5%로 339위를 차지했다. 올해 방영된 당 대표 경선 토론이나 총리 및 장관 인사 청문회, 선거 후보 토론회 등의 시청률도 1%를 넘은 적이 없었다.
국민들은 국회에서 정책현안에 대한 ‘시원하고 명쾌한 논리 대결’을 보고 싶어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튀는 행동이 더는 없으면 좋겠다.
허진석 정치부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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