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기창]교육세 폐지, 속시원한 해명을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정부는 조세체계 단순화를 위해 교육세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한다. 1982년 도입된 교육세는 교육환경 및 교원처우 개선에 많은 기여를 했다. 교육재원 국민총생산(GNP) 5% 확보정책을 시행하는 데 버팀목이 되었으며, 외환위기 당시 교육재원을 확충하는 디딤돌이 되었다. 또 교육세 수입액을 일반회계와 분리하여 운영함으로써 교육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일반회계 재원에 영향을 주지 않고 교육재원을 확충하여 국가의 조세 확보 전략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교육세가 교육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폐지 방침이 발표되자 교육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조세구조 단순화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세를 폐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교육세 폐지는 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와 같은 민감한 세제 개편 방안에 끼워 넣어 은근슬쩍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교육세를 신설할 때의 열정으로 교육세 폐지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교육세 신설에 동의했다는 것은 단순히 교육을 위해 세금을 더 부담하겠다는 차원을 떠나 적어도 여섯 가지, 즉 △목적세에 의한 교육재원 조달 △교육의 질적 향상이라는 교육세 도입의 목적 △교육세 징수 규모와 세원 및 세율 △부가세 방식의 교육세 부과 방법 △교육세 수입의 구분 계리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한 관리 방식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교육세를 폐지하려면 신설 당시 국민이 동의했던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 선행돼야 한다. 교육재원을 목적세로 조달할 필요가 없을 만큼 교육재원이 풍부해졌거나 교육의 중요성이 약화됐는지, 교육의 질적 향상이라는 교육세 도입 목적은 달성됐는지, 교육세를 폐지하는 마당에 세원을 폐지하지 않고 본세에 통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교육세 부과 방식과 관리 방식이 갑자기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교육세 대신 내국세 교부율을 올릴 경우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정부는 막연히 조세체계의 단순화와 재정 운용의 효율화를 내세웠을 뿐이다.

교육세를 폐지하고 내국세 교부율을 높여 교육재원을 보전하면 교육세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일시적으로 교육재원이 늘어날지 모른다. 교육세를 구분하여 교과부가 관리하는 방안보다 내국세에 통합하여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대안이 예산 운용의 융통성 확보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교육목적세 징수의 의미를 그렇게 단순화하여 교육세 이름만 폐지하고 세원을 본세에 통합할 문제는 아니다.

교육세와 내국세 교부금이라는 두 개의 카드로 교육재원을 조달했던 방식에 비해 내국세 교부금 하나로 조달하는 방식이 더욱더 실효성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할 사람이 있겠는가. 온갖 구실을 동원하여 목적세를 신설하였다가 나중에는 목적세에 문제가 있다면서 슬그머니 목적세원을 본세에 통합하는 행태를 반복할 때 과연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교육세 폐지 방침을 접하면서 드는 의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칸막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어서 교육세를 폐지한다고 하면서, 또 다른 칸막이인 내국세 교부금으로 교육재원을 보전하는 논리에 모순은 없는지, 교육세를 내국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교육재원 관리권을 교과부에서 재정부로 바꾸기 위한 의도는 아닌지, 교육세를 폐지하는 정책이 장차 교육재원을 삭감하기 위한 절차는 아닌지, 향후 새로운 교육재원 수요가 발생할 경우 내국세 교부율을 추가로 인상할 용의는 있는지, 내국세 교부율 인상이 어려울 경우 다시 교육세를 신설하겠다고 하면 국민이 동의할 것으로 보는지 재정부의 속 시원한 해명을 기대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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