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런 의지가 벌써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재교육 대상 공무원들을 슬그머니 복직시키거나 산하기관에 내려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만 해도 재교육을 마친 90명 중 69명을 종전 보직에 발령했고, 교과부는 33명 중 21명을 국립대학으로 연수 보냈다. 이들이 받았다는 재교육도 헬스, 단전호흡, 한식(韓食)문화, 활쏘기 등 취미활동에 가까운 내용이 적지 않았다.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되 공무원 수는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항변할지 모르나 이런 식의 무늬뿐인 구조조정은 국민 부담만 키울 뿐이다. 놀리면서 월급 줄 바엔 감축이란 말을 꺼내지 말고 계속 일을 시키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이러니까 각 부처가 앞을 다투어 ‘인력 증원계획’이나 내놓는 것이다. 42개 중앙행정기관(15부, 2처, 18청, 6위원회, 1실) 중 33개 기관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계획하고 있는 증원 규모만 해도 8만1219명이나 된다. 나머지 9개 기관을 합치면 그 수가 얼마나 될지 모른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각 부처의 ‘희망사항’이라고 하지만 한번 계획을 세우면 이런저런 이유로 기어이 관철하고 마는 것이 관료사회다. 그러기에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철밥통 깨기’에 성공한 경우가 드물었다.
노무현 정부는 5년 동안 공무원 6만5000여 명을 증원했고, 이로 인해 인건비만 5조 원 이상 늘어났다. 오죽하면 국무회의가 열리는 매주 화요일을 ‘공무원 늘리는 날’이라고 불렀을까.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뽑아준 정부가 이 모양이라면 정말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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