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환익]매력적인 經協파트너,러시아

  • 입력 2008년 9월 26일 02시 59분


러시아가 중요한 경협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 확보가 국가적 어젠다로 등장하고 전략적 글로벌 경협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러시아만 한 파트너가 있을까 싶다.

얼마 전 모스크바 주 부지사가 드미트로프 등 4개 도시 시장과 함께 대규모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러시아에 한국 전용 공단과 코리아 타운을 조성해서라도 한국 기업의 투자를 받고 싶다는 얘기다. 이미 진출한 LG전자,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의 활약에 매료된 러시아로서는 당연한 바람이다.

20년 전 소련이 막 개방되기 시작했을 때 양국 간 경협이 시도됐다. 당시 양국의 기술수준은 상호 보완적이지 못했고, 투자처로서의 러시아는 위험부담이 너무 높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경협 파트너로서의 러시아를 재발견하고 있다.

최근 오일머니 유입으로 러시아의 자금력은 역대 최고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몇 안 되는 나라의 하나인 러시아는 풍부한 자금을 개발 프로젝트에 쏟아 부을 기세다.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시설 건립,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 및 사할린 등 4개 주의 대형가스전 개발, 시베리아횡단철도 건설과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가 단순 교역 파트너에서 공장 설립, 자원 개발, 대형프로젝트 추진의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양국 산업이 가진 높은 상호 보완성은 협력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고, 그동안 과실송금과 관료부패 문제로 소극적 투자에 그쳤던 한국 기업의 투자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및 기업 간 잦은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가 필요로 하는 점을 배려하는 호혜의 정신은 발전적 경협의 전제이다. 이에 더해 몇 가지 세부적인 경협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양국 정부가 교섭 창구가 되어 패키지형 개발 프로젝트를 발굴해야 한다. 러시아 자원 개발과 인프라 구축 사업에 한국 기업이 호혜적인 방식으로 참가하는 방안을 말한다. 예를 들어 e러시아(전자정부) 추진, 소치 올림픽 인프라 구축, 수호이 민간항공기 개발, 극동러시아 조선업 육성, 의료센터 건설, 신도시 건설, 현대식 주택단지 건설, 발전소 건설 등 러시아 정부의 역점 프로젝트와 러시아 내 자원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연계해 추진하는 식이다.

둘째, 기업 간 상호보완적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 한국은 반도체, 정보기술(IT), 원자력 분야의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으나 기초과학, 우주항공, 재료, 정밀화학 분야에서는 러시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러시아는 원천기술의 상용화와 제조업 기반 육성에 우리의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셋째, 협력의 균형과 지속적 추진을 위해서는 쌍방향 투자를 확대되고 투자 분야와 규모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러시아 내 개발 프로젝트 참가와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중소형 제조업 투자, 선진 금융기법 전수를 위한 금융권의 진출이 유망해 보인다. 러시아는 막대한 오일달러를 활용하여 한국 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참여, 제조업 인수합병(M&A), 부품 아웃소싱을 위한 그린필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넷째, 제3국 공동 진출을 위한 전략적 제휴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양국 기업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원 개발과 건설 붐이 일어난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분야 전반에 걸쳐 양국 간 협력 증진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양국 경제가 단순한 상품교역 단계를 넘어 고도의 경협 단계로 나아갈 필요성을 공감하는 시점의 방문이기에 중요성이 더 커 보인다.

조환익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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