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자 때려 서민 위한다는 정치, 믿을 게 못 된다

  • 입력 2008년 9월 26일 03시 00분


종합부동산세에 깔려 있는 코드는 ‘2% 부자에게 세금을 거둬 98% 서민을 위해 쓴다’는 것이었다. 부자의 돈으로 낙후한 지역의 못사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는 정책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거니와 실제로 서민에게 이익이 돌아갔는지도 의문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세금도 부과 명분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

1970년대 영국 노동당 정부는 일정 수준이 넘는 고소득자에게 83%의 누진소득세를 부과했다. 부자들한테서 세금을 많이 거둬 서민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한다는 취지였다. 처음엔 많은 국민이 박수를 쳤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기업은 해외로 떠나고, 부자들은 세율이 낮은 외국으로 소득을 이전했으며, 많은 사람들은 애써 일하기를 기피했다. 국가 전체가 활력을 잃고 무기력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세수가 줄어 사회보장이 오히려 후퇴했다. 이것이 영국병이었다. 이를 치유한 국가지도자가 마거릿 대처 총리였고, 대표적인 정책수단의 하나가 감세(減稅)였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며 서울 강남을 비롯한 고가주택 지역의 거주자들을 겨냥해 종부세 신설과 양도세 중과라는 ‘세금폭탄’을 때렸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전체가 얼어붙고 전셋값이 올라 서민도 고통을 받았다. 종부세 부과 대상자 중에는 집 한 채밖에 없고 경제활동을 중단한 사람도 많다. 무리한 과세 탓에 부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결국 서민의 일자리 기회와 소득이 줄어든다.

성장보다는 분배, 경쟁과 효율보다는 평등과 균형을 내세운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투자 위축, 성장잠재력 하락, 일자리 부족, 소비 둔화, 경제 활력 저하가 이런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그 연장선에서 빈부 격차와 경제사회적 양극화가 확대된다.

일부 정치세력과 정치인들은 “서민을 위하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들은 ‘부자를 때려 서민을 돕는다’는 논리를 즐겨 편다. 하지만 이 같은 계층갈등 조장 정책은 부자들이 국내에 남기는 파이를 쪼그라들게 할 뿐 아니라 서민들의 자립의지, 근로의욕, 계층상승 기회도 빼앗는다. ‘사회정의(正義) 실현’으로 포장한 이런 정책이 다수 서민에게 진정한 희망이 된 전례(前例)가 세계 어디에 있는가. 이런 정책은 서민을 현혹시키는 속임수이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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