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은 중국산 분유에 섞여 주로 아이들이 먹는 과자에서 검출됐다. 독성물질이 ‘괴담’이 아니라 ‘실체’로 드러났고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직접 나서 사과까지 했다. 식품 유해성에 대한 실체가 없었던 미국산 쇠고기 시위 때와는 달리 이번에야말로 유모차부대가 서울 시청 앞에서든, 중국대사관 앞에서든 시위를 벌이겠거니 싶었는데 아직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쇠고기 파동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그렇다면 미국산 쇠고기와 중국산 멜라민 사태의 차이는 뭘까. ‘쇠고기’와 ‘멜라민’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차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식품 안전성이 아니라 정치 문제인 셈이다.
비슷한 사례가 인도에서도 있었다. 2006년 8월 2일, 인도의 비정부단체인 ‘과학환경센터’가 코카콜라사와 펩시콜라사 제품 57개 샘플에서 인도 표준국이 정한 기준의 24배에 이르는 살충제 잔류농약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주요 도시 곳곳에서 연일 반미, 콜라 불매 시위가 벌어졌다. 코카콜라, 펩시콜라를 파는 상점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콜라 회사들이 “사실무근이다. 공동조사를 벌이자”고 제의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 대신 인도의 일부 언론은 신문에 콜라 사진을 싣고 밑에는 ‘독극물 칵테일(toxic cocktail)’이라는 사진설명을 달기도 했다.
시위가 잦아들었지만 지금까지 콜라로 인한 피해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인도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예전 성분 그대로 판매되고 있다.
쇠고기 시위는 ‘인도 콜라 사건의 한국판’으로 볼 수 있다. 둘 다 본질은 유해식품 사건이 아니라 반미 운동이었다.
유해식품에 대해서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나 기업은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
먹을 것을 가지고 정치적인 장난을 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어린 학생을 포함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면서 등 뒤에서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 말이다.
김광현 경제부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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