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임위는 기름값 담합 의혹을 이유로 모든 정유사 대표를, 금융위기와 관련해 시중은행장 전원을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다. 제과회사 사장들은 모두 멜라민 파동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대그룹 주요 인사들은 매번 단골로 거론되는 증인 후보들이다. 민주당은 조석래 효성 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등 이명박 대통령과 조금이라도 연(緣)이 있는 기업인들을 표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기업인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기업에 대한 영향력 행사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후원금 모집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이런저런 부탁을 하기도 좋다. 과거에는 기업인들을 증인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았다가 형사처벌당한 의원들도 있었다. 국감 자체가 다른 나라에 없는 제도이지만 ‘국정에 대한 감사’라는 원래 취지와 별 관계도 없는 기업인들을 오라 가라 하며 호통 치는 풍경은 후진적 구태(舊態)다.
국정이나 민생과 긴밀하게 관련된 사안이면 민간 기업인이라도 국회에 불러 질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증언을 꼭 오너나 최고경영자한테서 들을 필요는 없다. 관련 서류를 제출받거나 실무 책임자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법적 책임을 다투는 일이라면 행정부나 수사기관에 맡기면 된다.
기업인 증인 채택이 행정부 견제 및 감시라는 국감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그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지 따져보고 필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옳다. 경제현장에서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기업인들을 불러 주눅 들게 하는 일이 우리 경제를 위해 과연 도움이 될지 원려(遠慮)할 줄 아는 국회의원들이라야 선진국을 만들 수 있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