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로또 19억 탕진한 도둑’ 경제교육 받았더라면…

  • 입력 2008년 10월 2일 03시 26분


며칠 전 대부분의 신문 사회면에는 19억 원짜리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놓고도 씀씀이가 헤퍼 2년 만에 돈을 모두 날린 뒤 절도죄로 경찰에 검거된 20대 A 씨의 씁쓸한 이야기가 소개됐습니다.

▶본보 9월 30일자 A12면 참조

절도범 로또 1등 19억 ‘대박’…2년만에 탕진후 다시 절도

‘인생 역전’ 로또 1등 당첨자였던 A 씨는 왜 2년 만에 돈을 날릴 수밖에 없었을까요.

금융 전문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확천금이 주어졌을 때 실패하는 이유로 ‘자산의 크기가 본인이 관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금융교육을 받아본 적도, 제대로 된 소비생활을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금융 전문가들에게 A 씨가 로또에 당첨된 시점으로 되돌아가 실수령액 14억 원을 어떻게 써야 했는지 물어봤습니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팀장은 당시 25세인 A 씨가 마땅한 직장도 없고, 창업 경험도 없는 만큼 부동산 임대업을 추천했습니다. 갑자기 수중에 큰돈이 들어오면 일단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묶어둬야 한다는 겁니다.

김 팀장은 “집이 없었다면 거주할 집을 3억 원 내외에서 사고, 부모 형제에게 일부 나눠준 다음 나머지는 오피스텔 여러 채를 매입해 임대 수익을 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2억∼3억 원은 펀드에 투자해 나이가 더 들어서 창업 자금으로 써도 됐다”고 말했습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본인에 대한 투자’를 권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소년원을 들락거린 A 씨가 뒤늦게 학교 공부를 시작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투자는 늦지 않았습니다.

강 소장은 “본인의 실력 향상을 위한 투자 후에 나중을 위해 창업자금을 남겨뒀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A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안타까워했던 점은 주변에 어떻게 쓰라고 조언해준 멘터가 없었다는 겁니다. 경제 교육 전문가들은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돈 버는 일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는 많이 해도 ‘어떻게 쓰라’고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자녀들을 현명한 소비자로 키우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쓰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 부모가 실천하면서 가르치는 경제교육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신수정 경제부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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