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세태반영 혼수품 ‘4자성어’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무임승가(無賃乘家)

부모에게 얹혀사는 커플 가전

가내추출(家內抽出)

에스프레소 머신 혼수필수품으로”

예비부부의 혼수품을 살펴보면 결혼 풍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는 최근 웨딩플래너 등 혼수 관련 영업담당자 105명의 의견을 모아본 결과 올가을 재미있는 혼수 풍속도를 읽을 수 있었다고 5일 밝혔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사자성어로 정리했습니다.

최근에는 무임승차(無賃乘車)가 아닌, ‘무임승가(無賃乘家)’를 위한 효도가전 혼수품 판매가 늘었다고 합니다. 이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예비부부 모임 ‘현대백화점 클럽웨딩’ 회원 가운데 최근 두 달간 혼수로 안마의자를 구매한 커플은 27쌍으로, 2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2.5배로 늘어났다고 하네요. 이동준 현대백화점 가전담당 바이어는 “불경기 탓에 부모님 집에 신혼방을 차리는 부부가 많아지면서 효도가전 판매도 늘었다”고 풀이했습니다.

반면 전기밥솥, 스탠드 같은 상품들을 혼수로 직접 마련하는 신혼부부는 줄었다고 합니다. 소형가전이나 생활소품은 친구들이 선물로 주는 예가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혼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결혼 전 신부와 친구들이 조촐한 파티를 여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신부가 받고 싶은 선물을 자연스레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입니다.

재(財)테크를 고려한 ‘고진감래(苦盡甘來)형’ 혼수도 눈에 띕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알뜰 부부들은 다이아몬드 반지와 벽걸이 TV 대신 나중에 가치가 오를 수 있는 순금 제품, 미술작품을 혼수로 선택한답니다. 이 백화점 장부자 웨딩컨설턴트는 “신혼생활을 즐기면서 재산 증식도 염두에 둬 미술품을 혼수 목록에 넣는 예비부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스타벅스 등 유명 브랜드 커피를 마시며 데이트를 했던 커플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혼수로 마련해 결혼과 동시에 ‘가내추출(家內抽出)족’이 된다고 합니다. 또 2대의 TV를 혼수로 장만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각자 즐기는 ‘동상이상(同床異像)형’ 부부도 늘어나 ‘리모컨 싸움’은 옛말이 되고 있다고 하네요.

올가을 결혼하는 지인의 혼수품 목록을 살펴보면서 ‘이 부부의 신혼생활’을 예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듯합니다.

이 원 주 산업부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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