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덕영]“아기 키우며 일할 수 있어 좋아요”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육아휴직 중이던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 납부지원1부의 강은설(28·여) 대리는 복직을 앞두고 걱정이 컸다.

시부모와 친정 부모가 모두 지방에 있어 복직을 하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던 강 대리는 갓 돌을 넘긴 딸 자영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 대리는 “자영이가 갑자기 낯선 곳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게 돼서 그런지 자주 다치고, 기가 많이 죽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담을 덜었다. 공단에서 지난달부터 3세 미만의 자녀를 키우는 여직원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시범 실시하는 재택근무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도 하고, 아이도 돌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강 대리는 먼저 자영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시간을 줄여 오후에는 같이 지내고 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그는 “아이가 성격이 밝아지는 게 느껴지고, 어린이집에도 차차 적응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에서는 아이를 돌보면서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강 대리는 휴직 전에는 사업장 산재 보험료 고지 및 징수를 맡았으나 지난달부터는 사업 개시 및 종료 신고서 처리 등 각 사업장에서 보낸 서류를 공단의 시스템에 입력하는 비교적 단순한 작업으로 전환됐다. 게다가 시간제한이 엄격하지 않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갔을 때나 잠자리에 든 시간에 일을 할 수도 있다.

강 대리는 하루 4시간 정도 근무를 하고 있으며, 보수는 신고서 처리 건수 등 기여도에 비례해 지급받는다.

이렇게 육아휴직뿐만 아니라 재택근무 기회까지 얻은 강 대리는 운이 좋은 편이다.

상당수의 직장인은 재택근무는커녕 복직을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육아휴직 신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자녀 출산과 양육은 여성의 사회생활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여성부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취업을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녀 양육(64.9%)을 꼽았고, 임신·출산에 따른 불이익(12.6%)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육아는 여성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해 여성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여성이 직장 생활과 자녀 양육 중 어쩔 수 없이 하나를 골라야 하는 현실은 비정상이다. 여성이 양육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그 제도가 제대로 실행되게 하는 것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유덕영 사회부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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