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위기의 자국 전이(轉移)를 막기 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개별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국경이 상당 부분 무의미해진 글로벌 위기에는 기민하고 강력한 국제공조가 불가결하다. 우리 정부가 동아시아 역내의 공조체제 강화를 위해 한중일 재무장관 회의를 추진하는 것도 이번 위기의 성격을 감안할 때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이다.
3국의 외환보유액을 합하면 3조 달러가 넘는다. 중국과 일본은 8월 말 현재 각각 1조8088억 달러와 9967억 달러로 세계 1, 2위이고 한국도 2396억 달러(9월 말)로 외환보유액이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3국이 ‘유사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공동대응’을 구체화한다면 국제 환(換)투기 세력의 공세로부터 역내 시장을 지킬 든든한 방패막이 될 수 있다. 중앙은행 차원의 금리 관련 의견 교환이나 시장감독 당국 간의 상호 모니터링 강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칭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 동아시아 공통통화 도입 같은 방안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중일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800억 달러 규모의 공동기금을 조성하는 계획도 배분 비율과 의사결정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답보 상태에 있다.
세계 신용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공조는 권역별로 숨 가쁘게 이뤄지고 있다. 주요 8개국(G8)의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는 구제금융 펀드 조성에는 실패했지만 유럽의 금융기관 지원에 긴밀히 공조하기로 정상 간에 합의했다. 일본과 중국의 주도권 신경전이 아시아 공조체제 구축의 장애요인이라면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빛을 발할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 경상수지의 흑자 전환, 외화 낭비요인 최소화 등도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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